며칠 사이 날이 많이 추워졌다. 입동(立冬)을 지나고 어느새 첫눈 내리는 소설(小雪)까지 넘어섰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연습실에서 겨울을 맞이하는 것도 벌써 다섯 해째이다. 겨울이야 원래 추운 것이지만, 오래된 건물인 탓인지 우리 연습실은 유난히 더 춥다.
배우들이 대사를 뱉을 때마다 하얀 입김이 송송 피어나니 그걸 보곤 다들 웃음이 터지곤 한다. 그래서 해마다 겨울이 오면, 올해는 어떻게 좀 더 따뜻하게 지내볼까 단원들과 부지런히 월동준비를 하곤한다.
하지만 다가온 추위가 꼭 싫지만은 않다. 춥기에 느껴지는 열기, 춥기에 더욱 감사해지는 온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영복 선생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서 서로의 온기를 감사하게 여길 수 있는 겨울이 여름보다 좋다 하지 않았던가.
어젯밤에도 뜨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데우며 연습을 시작했다. 물론 고작 차 한 잔이 긴 연습시간 동안의 추위를 막아줄 수는 없다. 그러나 연습이 진행되면 될수록, 배우들이 열성을 다해 연기를 하고 있다 보면 차갑던 연습실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해진다.
어느새 거울에는 뽀얀 김마저 서린다. 그 광경은 왠지 모를 감동 같은 것을 주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중요한 작품, 혹은 좋아하는 작품은 따뜻한 봄날보다 추운 겨울에 연습 하는 편을 더 좋아한다.
대학시절에 나는 경북대 연극반에서 연극을 했는데 우리 동아리는 굉장히 낭만적인 구호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예컨대 '연극사랑 사람사랑'이라든가 '연극은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구호들을 잘 느낄 수 있는 계절 또한 추운 겨울이었다.
사람사랑이 별것인가. 추운 바깥바람을 헤치고 모인 서로의 언 손을 비벼주고 따뜻한 물 한 잔을 챙겨주는 마음, 거창할 것 없는 작은 행동들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 속에 있는 따스함들을 느낄 수 있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모이는 온정의 손길들 역시 많은 이들의 겨울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대단하고 거창하지 않더라도, 어딘가에 그러한 마음들이 있다는 자체가 누군가 추운 세상을 견뎌나갈 수 있는 따뜻한 난로가 되어주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이들의 생업이 흔들리기도 했고, 이전에 비해 삶의 여유가 적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의 따뜻한 마음만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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