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교육청은 수능시험 방해한 감독관 징계하고 재발 막아야

입력 2021-11-23 05:00:00

지난주 치러진 2022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에서 대구의 한 수험생이 "감독관의 잘못된 시험 관리 때문에 수능을 망쳤다"고 주장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피해를 호소한 이 수험생은 수능 이튿날인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고 대구교육청이 사실 관계를 파악해 감독관 실수를 확인했다. 수능시험장에서 있어서는 안 될 감독관의 일탈 행위가 해당 수험생은 물론 같은 고사장의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납득하기 힘든 점은 감독관이 규정에도 없는 문제 풀이 순서를 언급하며 수험생들을 압박했다는 점이다. 피해 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글에 따르면 문제의 상황은 1교시 국어 시험 초반에 나왔다. 해당 시험감독관이 뜬금없이 '선택 과목부터 풀라'고 지시했는데 학생이 긴가민가하며 이를 따르지 않자 감독관이 직접 시험지를 집어 들어 '화법과 작문' 영역 문제가 있는 9쪽으로 넘기고는 재차 문제 풀이 순서를 환기시키며 이행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극도의 긴장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수험생에게 감독관이 이처럼 엉뚱한 지시를 하고 따르라고 강요하며 부당하게 간섭한 것은 심각한 월권행위다. 수험생이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되거나 시험장 관리 지침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면 모르겠으나 평소대로 문제 풀이를 하는데도 감독관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번 사태는 시험감독관 교육에 큰 허점이 있거나 아니면 권위 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감독관의 돌출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문제지를 코앞에 둔 수험생이면 비단 시험이 학교 내 정기 고사라 하더라도 누구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긴장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대입 수능시험이면 수험생이 느끼는 압박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이런 중대한 상황에서 감독관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넘어 강압 행위를 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시교육청은 해당 감독관에게 합당한 징계를 내리고 피해 수험생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등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