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하 지음/ ㈜휴머니스트출판그룹 펴냄
음식인문학자로, 음식의 역사와 문화가 지닌 세계사적 맥락을 살피는 연구를 하고 있다. 지은이 주영하 씨(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민속학 담당 교수)는 스스로를 그렇게 설명했다. 다소 거창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지만, 상당한 호기심을 유발했다.
제 2강 아이스크림을 보자. 아이스크림이 식품학적 분류로 축산물에 속한다는 설명부터 시작한다. 점차 흥미진진해진다. 지은이는 아이스크림은 밀크에서 나온 축산물의 한 종류임을 기억하라면서 아이스크림 역사를 서술한다.
'17세기 후반의 기록에 나오는 '밀크 소르베토'(milk sorbetto)가 얼린 음료인 소르베토에 달걀과 밀크른 넣은 음식이니, 아이스크림 정의와 맞아떨어진다' '시대는 흘러 1920년대 천연 얼음으로는 아이스크림 수요를 충당할 수 있가 없게 되자, 독일의 과학자 '카를 폰 린데'의 산업용 냉장 시스템(1871년 개발)을 활용한 '인공 얼음'이 도입되면서 공장제 아이스크림 시대가 열렸다.'
뒤이어 지은이는 한국으로 무대를 바꾸며 아이스께끼가 아이스크림으로 탈바꿈하는 배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8강 잡채 부분도 짚어보자. 음식점에서 가격 꽤나 하는 한식을 시키면 일반적으로 필수 밑반찬으로 나오는 것이 잡채다. 그 만큼 잡채는 한국인에게는 친숙하면서 사랑받는 음식이다. 그런데 지은이는 조선시대 잡채에는 당면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잡채의 속살을 파헤친다.
조선시대에도 여러가지 재료가 섞인 잡채가 있었다. 1670년쯤 장계향이 한글로 쓴 요리책 '음식디미방'에 따르면 잡채 재료와 요리법이 자세하게 나온다. 다만 당시에는 당면이 없었고 20세기 들어서 당면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당면의 정확한 명칭이 '당면 잡채'라고 가리켰다.
이 책은 ▷라면 ▷아이스크림 ▷막걸리 ▷불고기 ▷두부 ▷냉면 ▷김치 ▷잡채 ▷전어 ▷떡국 ▷비빔밥 ▷짜장면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12가지의 음식에 대해 잘못된 상식이나 시대적·역사적 배경 등을 재밌게 서술하고 있다.
또한 지은이는 음식 공부 초심자도 따라갈 수 있도록 오래된 요리책과 근·현대 신문 및 잡지, 고문서 등 자료를 찾고, 읽으며, 해석하는 법을 챕터별 부록으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무심결에 즐겨먹는 음식을 둘러싼 내용을 안다면 해당 음식을 먹을 때마다 좀 더 색다른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음식을 같이 먹는 이와 좀 더 풍성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덤이다. 271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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