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동네책방] <46> 울진 오브덕

입력 2021-12-06 11:04:50 수정 2021-12-06 14:38:45

지난해 9월 문을 연 경북 울진 유일의 동네책방
소품샵 같지만 독립출판물 많아…책방 기능도 충실

울진의 동네책방
울진의 동네책방 '오브덕' 내부. 김태진 기자

강원도 삼척과 불어 있는 울진은 경북임에도 대구에서 거리가 자동차로 2시간 이상이나 걸려 '심리적인 거리'가 꽤나 먼 곳이다. 차로 2시간 이상이면 경남 통영과 비슷한 거리인데, 먼 거리를 한달음에 갈 만큼 매력적인 곳들이 널려있다. 덕구온천, 백암온천 등 온천지대는 수백 년의 효능을 입증하고 천연기념물이나 진배없는 금강소나무숲길과 불영계곡은 청정의 자연을 내보인다. 바닷가는 굳이 언급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그런 곳에서 동네책방이라는, 다소 이질적이면서 특이한 공간이 울진 주민들에게 서서히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동네책방 오브덕이 주목을 끈 것은 그간 울진 인근에 동네책방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심지어 오브덕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책방이 포항 '달팽이책방'(122km)이 아니라 강릉에 있는 '한낮의바다'(119km)라는 이야기에다가 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강릉 쪽이 30분 정도 덜 걸린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도로 보면 까닭이 이해된다. 울진은 삼척과 붙은 북면부터 영덕과 접한 최남단 후포면까지 직선거리가 55km에 이르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을 좀체 볼 수 없는 울진읍내다. 바닷가가 지척인 울진읍내는 말이 읍내지, 건물들이 하나같이 겸손하다. 현대식 건물과 옛 건물이 조화롭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빚어내는 까닭이다. 울진초교 맞은 편, 높은 빌딩에 속하는 5층짜리 건물 꼭대기 층에 책방 '오브덕'은 자리하고 있다.

울진의 동네책방
울진의 동네책방 '오브덕' 내부. 가방을 비롯한 소품 공간이 넓다. 김태진 기자

책방지기 주하율 씨는 '사랑스러운 공간'이라는 의미로 'duck'이라는 단어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본업은 문구 디자인 작가라고 했다. 아기자기한 글씨들이 많이 보였던 까닭이다. 여고생들이 약속 장소로 택하는 곳인 듯했다. 다시 보니 가방, 팬시, 굿즈 등이 많았다. 조금만 선을 넘으면 소품샵에 가깝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 찍는 게 취미인 주 씨의 취향도 벽면을 온통 울진 바다가 배경인 사진들로 바꿔놨다.

그렇다고 책이 적은 것도 아니다. 시집이 많다.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등 대형 출판사의 시집들이 진열돼 있다. 소설은 책방지기 취향에 따른 큐레이션이라고 했다. 정지돈 작가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와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보일 만큼 이런저런 신작들이 제자리처럼 들어와 있었다. 독립출판물의 비중도 높아 보였다. 대구에서 발간됐던 계간 독립문예지 '영향력'도 대량으로 보였다. 주 씨는 "좋은 독립출판 작가들의 도서를 울진에 알리고 싶었던 것도 책방을 연 이유 중 하나였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수원에 있는 '그런 의미에서'에 사진을 전시한 것을 인연으로 책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실행으로 옮겨진 것이다. 주 씨는 "박상범 작가가 운영하던 책방에서 도움을 받고, 강릉에 있는 동네책방 '한낮의바다'의 도움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한 지 1년 남짓 지났다. 지금 이 자리에서 독립출판물을 알리고 나만의 바다를 기록하면서 문구 소품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꿋꿋이 있는 게 목표"라고 했다.

울진의 동네책방
울진의 동네책방 '오브덕' 내부. 김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