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대구를 주름잡으러 왔습니다

입력 2021-11-19 10:44:23 수정 2021-11-19 10:57:12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메시지를 압축하라.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메시지를 압축하라.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광고는 압축의 예술이다. 광고주가 하고 싶은 말은 대략 천 마디 정도다. '우리는 믿을 만한 사람입니다'부터 '고객을 사랑합니다'까지 광고주가 광고에 담고 싶은 내용엔 끝이 없다. 그렇게 광고주의 요구 사항을 모두 반영하다 보면 광고가 망한다. 광고주만 흡족한 광고가 될 뿐 소비자는 등을 돌린다.

나의 경우 광고주의 말을 최대한 하나로 통일한다. 소비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알지만 그 말을 모두 하다간 고객은 도망가고 만다. 그래서 광고주의 메시지를 한가지로 축약한다. 그래야 하루 5,000여 개의 광고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의사가 개원한 병원의 광고를 맡았다. 그들의 고민은 이러했다. 첫째, 안티에이징을 다루고 있지만, 사람들이 모른다. 둘째, 젊은 의사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싶다는 것이었다. '의사가 나이도 지긋하고 흰머리도 있어야 명의일 것 같다'는 인식과 싸우고 있었다. 그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할 문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머리와 손이 바빠졌다. 머리가 생각하면 손은 받아 적었다. 그렇게 머리와 손에 걸린 단어가 '주름'이었다. 주름은 안티에이징을 대표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 주름과 안티에이징은 연결 고리가 강하다. 반면 젊은 의사가 가진 실력은 어떻게 표현할지가 문제였다.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곳에 가서 세력을 장악할 때, 흔히들 '주름 잡는다'는 표현을 쓴다. 그렇게 교집합 된 단어를 찾아낸 것이다.

'대구를 주름잡으러 왔습니다'

이렇게 쓰면 안티에이징을 하는 병원인 것을 알릴 수 있다. 동시에 젊은 의사의 실력에 대한 의심도 불식시킬 수 있었다.

아이디어를 생각할 때는 머리와 손이 바빠야 한다. 머리는 쉴새 없이 생각하고 손은 끊임없이 받아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운 좋게 매력적인 단어가 걸리기도 한다. 단어가 걸리면 문장은 조금 쉬워진다. 핵심 단어에 살을 붙이다 보면 어느새 명문이 '짠' 하고 나타나기도 한다.

광고 카피를 쓸 때는 겁먹지 마라. 부지런히 써보아라. 한 개를 쓰는 것보다 열 개를 쓰는 것이 좋고 열 개보다는 백 개를 써보는 것이 좋다. 그중에서 쓸 만한 것 한 줄만 건져도 성공이다. 한 개만 써서 실패하면 100%의 실패지만 열 개 중 하나를 건져낸다면 성공 확률은 10%로 올라간다.

지금 당장 써보아라. 종이든 스마트폰이든 상관없다. 적고 적고 또 적어라. 너덜너덜해진 당신의 아이디어 노트가 언젠가는 세상 속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의 저자

(주)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