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최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막을 내렸다. 전례 없는 기후변화의 경고 속에 COP26은 넷제로(탄소배출 제로) 시점을 앞당기는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한다는 내용의 '글로벌 메탄서약'과 2030년까지 삼림 벌채를 끝내겠다는 '산림·토지 이용 선언'에는 합의했다.
메탄은 100년 이상의 이산화탄소에 비해 8년 정도만 대기 중 잔류하고 감축이 쉽기에 지구 온도를 빠르게 냉각시켜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의 시간을 벌게 한다. '산림·토지 이용 선언'은 불확실한 탄소 포집 기술에 비해 단기간에 대규모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이다.
사실상 세계가 COP26에서 한 약속을 다 지킨다 해도 파리기후협약의 1.5℃ 억제의 온난화 목표 달성은 어렵다. 또한 유엔에 보고된 196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실제 배출량보다 과소 측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럼에도 메탄과 산림에 관한 두 합의는 기후과학의 성과에 기초해 전략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합의다. 하나 메탄 배출과 삼림 파괴의 최대 주범인 농축산업의 감축이 어렵고 쇠고기 산업의 종말에 대한 우려로 다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기 그지없다.
이제는 소비 패턴 전환이다. 세계가 노력한 협상의 결과를 보완하고 보조금 과세 규제를 통해 좋은 선택은 장려하면서 나쁜 선택은 억제하는 정부 역할의 혁신과도 맞물려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근본적 전환이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환경문제의 60%는 개인 소비가 만들어내고 우리 모두가 생활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환경 파괴의 30~40% 정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지속가능성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과잉, 즉 생산제일주의와 소비지상주의를 꼽는다. 시장과 기술, 정부의 힘만으로는 이 과잉을 해결할 수 없다. 육식의 비효율성은 과잉을 낳는 논리의 상징이자 대표 증상이다. 세계 농지의 83%를 사용하고도 사람의 칼로리 18%만을 제공하는 것만 봐라. 환경 비용을 포함하면 햄버거 하나의 실제 가격은 20만 원이 넘는다고도 한다.
채식과 비건으로의 전환은 지속가능성의 선순환을 이끄는 연결 고리이다. 채식과 비건을 통해 메탄을 감축하면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전환에 시간을 벌 뿐 아니라 토지와 숲, 바다 등 흡수원의 재생, 식량과 건강, 물 부족과 생물다양성 등 지구 복원력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인간을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려 놓고 자연과 생명을 소비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고방식의 전환이기도 하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희생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자신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다른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그 상처가 누적되는지도 모르고 지내 온 결과이다.
지속가능성 위기는 자연과 생명체에 행한 것이 곧 자신에게 행한 것임을 입증하는 최종 증거다. 기후변화로 연계된 인간 상호 간의 파멸적 관계를 자각할 때 기후 대응은 시작될 수 있다. 지속가능성 위기가 인간성의 위기이자 소비 패턴 특히 식습관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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