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진정 특검 받겠다면 ‘동시 특검’ 거부할 이유 있나

입력 2021-11-11 05:00: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안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동시 특검에 대해 "옳지 않다"며 거부했다. 이 후보는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윤 후보가 특검을 빙자해 수사를 회피해 지연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윤석열 후보의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는 드러난 게 맞지 않느냐"며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느냐. '직원을 잘못 관리했다, 100% 유능하지 못했다'는 지적 외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했다.

윤 후보 측 비리에 대한 검찰, 공수처, 경찰의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특검을 할 필요가 없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자신이 연루된 증거가 없으니 특검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신속한 특검을 회피하려는 꼼수이다.

이런 꼼수는 대장동 개발 특혜에 대한 '조건부 특검' 수용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 후보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 형식이든 어떤 형태로든 완벽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지금까지 '특검은 시간 끌기'라며 거부해 왔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런 조건을 단 것 자체가 또 다른 꼼수다.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 행태를 보면 수사 목적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수렁에서 이 후보를 건지는 것이라는 의심을 피하지 못한다. 앞으로는 달라질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 점에서 특검을 하려면 검찰 수사를 지켜볼 것 없이 지금 바로 해야 한다. 이 후보는 이를 거부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수사 결과를 지켜보기보다는 바로 특검을 해서 모든 의혹을 밝히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특검 만능주의적 사고"라고 반박했다. 결론적으로 이 후보는 이날 특검을 수용하는 척하면서 거부했다. 국민을 상대로 말장난을 한 것이다. 국민이 우습게 보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