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푼돈과 조폭 그리고 개·사과

입력 2021-10-25 20:19:46 수정 2021-10-25 20:39:29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모두들 '개콘이 망했다'고 말한다. 21년 장수 TV 프로그램이자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의 간판 격인 '개그콘서트'가 정치인들 등쌀에 오갈 곳이 없어지면서 졸지에 개그맨 밥줄이 끊긴 것에 빗댄 우스갯소리다. 한국 정치가 얼마나 웃기고 칠칠맞길래 이런 표현이 마치 탄식처럼 인터넷에서 떠돌까 싶다.

지난주 경기도청 국정감사 자리는 그야말로 개콘 갈라콘서트였다. 국회가 국정감사 간판을 내걸고는 이틀 내내 '대장동 의혹' 공방으로 날을 지세웠다. 가까스로 경선을 이기고 여당 대선후보가 된 이재명 지사를 야당이 청문회 링에 다시 올려 놓고는 잽과 어프컷을 마구 날리다 거꾸로 그로기 상태에 몰린 것이다. 대장동과 조폭 이슈를 이재명과 엮기 위한 국민의힘의 공세는 단연코 개콘 신장개업 무대로 부를 만했다. 온갖 의혹들을 우격다짐하듯 들이대고 버럭버럭 소리 지르는 야당 국회의원들 모습을 본 국민들이 오죽하면 '자살골' '팀킬'이라며 혀를 찼을까. 오직 300명만 단다는 대한민국 국회의원 금배지가 이리 싸구려로 느껴진 적이 없다.

대장동 의혹은 철저히 파헤쳐야 할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아직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그저 추측과 짐작만 있을 뿐이다. 이처럼 변죽만 울리는 사이 의심의 눈초리는 이재명 지사보다 오히려 국민의힘 쪽에 쏠리는 모양새다. 아무리 이재명에게 '대장동 설계자' '배임' 프레임을 덧씌우려 해도 고구마 줄기는 곽상도나 박영수 특검 등 국민의힘과 그 주변에서 얼쩡댄 몇몇 법조계 인사에게 엉겨 붙는 모양새다. 수천억 원의 개발 이익 가운데 누구 부인은 잔돈 받고, 누구 아들은 산재 보상금 조로 50억원 푼돈, 누구 딸은 미계약분 아파트 꼴랑 한 채로 퇴직금을 갈음했다는 소문이 자자해서다.

국감장에 양(羊) 얼굴을 그려 넣은 마분지에 개 인형은 또 뭔가. 하기야 제1야당 유력 경선 후보가 오해를 부를 법한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마지못해 사과하고는 돌아서서 '사과는 개나 주라'(개·사과)는 사진을 SNS에 버젓이 올리는 수준이니 무슨 말이 또 필요하겠나. 보란 듯 손바닥에 '王'(왕) 자를 그려 놓고 손 씻기 습관 탓이라고 둘러대는 '우주적' 치기만 봐도 시쳇말로 '괴랄' 그 자체다.

야당 대선 캠페인 수준이 이 지경이니 '조폭 돈다발' 사진과 같은 헛발질이 나오는 것이다. 국감 속기록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팩트리어트'(Factriot·팩트 확인 누리꾼)의 폭풍 검색으로 가짜 뉴스가 만천하에 드러나며 발설자의 혀가 바로 굳어진 것이다. 명색이 경찰청 2인자 출신의 국회의원이 가짜 뉴스라니 망신살이 뻗쳐 쥐구멍이라도 찾을 수준이다.

국민의힘이 '개콘' 국감이나 경선 과정에서 줄곧 '이재명 게이트'를 부각시키는 한편 온갖 거짓말과 변명으로 자기 몸에 밴 냄새를 덮는다고 구린내가 없어질까. 수준 떨어져도 한참 떨어진 이런 코미디로 유권자를 납득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제1야당의 광기와 집념을 인정할 수밖에.

코미디보다 더 웃긴 정치판이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 정치인들 '발 연기'는 압권이다. 어설픈 코미디는 이제 접고 개그맨들 목구멍에 풀칠하도록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방만 경영 지적받자 군살 뺀다고 '개콘'을 잘라낸 KBS만 욕할 게 아니라 여의도가 먼저 '개콘 정치 좌판'을 걷어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도 금방 탄로가 날 둔갑술과 억지 좀 그만 부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