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대현 스님
유기농으로 건강에 도움이 될까하고 텃밭을 조금해서 봄에 고추를 심고, 여름에 상추를 심어 쌈을 싸먹으며, 가을에는 배추와 무를 심어서 쌈과 겉저리 해먹는 것이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훨씬 재미가 있다.
그러나 좋은 것은 잠깐이고 그 기쁨을 맛보려면 부지런히 밭을 매야 하고 비가 오지 않을 땐 물도 부지런히 줘야 한다. 한여름 더위에도 땀을 흘려가면서 잡초를 뽑아주어야 내가 원하는 농작물을 얻을 수 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정성을 얼마나 드리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나타난다.
농작물이 주인공일 때는 잡초이지만 개개의 잡초도 살펴보면, 들풀처럼 여겨왔던 한해살이 풀이다. 이 중에는 피로회복제로 쓰이는 약성이 있는 약초도 있고, 예쁜 꽃들이 피어서 제각기 뽐내는 잡초도 있다. 배추밭에 비름나물도 올라오고, 까마중이라는 혈관을 청소해준다는 좋은 약제도 올라오며, 무릎연골에 좋다는 우슬도 올라온다.
그러나 이 밭에 주인은 역시 배추이다. 그러나 주체가 되는 배추 역시 도라지 밭에 가면 잡초에 지나지 않는다. 주인공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잡초인지, 주인인지가 결정지워질 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영원한 사장과 직원이 없다. 중소기업인은 대기업에 속해있으며 하청업자에게는 중소기업은 사장이 된다. 사장이 되었다가 언제 직원이 될지 모르는 관계에 있다.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주인과 객이 되는 것이지, 주인과 객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개개의 본래 가지고 있는 근본과 자성 및 성질, 외부로 나타나는 모양, 보여지는 쓰임새 등이 제각기 다른 것이다. 모든 생명의 귀중함은 동일한 체(體)이다. 그 모양을 달리 하는 것을 상(相)이라고 하고, 쓰임새가 다른 것을 용(用)이라고 한다.
이것을 체(體), 상(相), 용(用)이라고 한다. 모든 생명체와 물질은 체, 상, 용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금반지 금목걸이, 금시계 등은 똑같은 금으로 되어있음을 체(體)라고 한다. 그러나 그 모양이 금반지, 금목걸이, 금시계의 모양이 다르다. 이것을 상(相)이라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금반지, 금목걸이, 금시계가 용도가 다 다르다. 이것을 용(用)이라고 한다.
보잘 것 없이 길가에 나는 풀도 나름대로의 체(體)가 있어서 생명력을 가지고 있고, 모양을 내며 꽃도 피운다. 누가 알아주거나 안 알아주거나 상관없이 거기에 필요한 사람이 보고는 예쁘다고 느끼거나, 아니면 약초라고 생각하고 캐어간다. 그렇지 않은 풀은 그대로 자연을 지키며 보존에 힘쓰고 있다.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는 이론은 맞지 않다. 먹는 사람과 먹히는 사람이 결정되어진 것은 아니다. 힘이 있는 동물은 약한 동물을 잡아먹지만, 힘이 있는 동물도 언젠가 마지막에는 불에 먹히고, 흙에 돌아가는 등 자연에 항복하고 만다. 누구도 자기 자신만이 최고라고 할 수 없다. 인간은 자연에 겸손해야 한다. 잡초도 자체의 긍정적인 좋은 점을 내보이려고 세상에 나와서 때론 약이 되고, 때론 길에서 짓밟혀 가면서도 꽃을 피우기도 하는 인내를 가진다.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여러 사람 속에는 뒤떨어진다 해도 자기 나름대로 체, 상, 용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만의 모양과 향기를 품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도 귀하지 않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 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