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이재명, 그 낯 두꺼움의 정치

입력 2021-10-17 21:45:55 수정 2021-10-17 22:13:44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후흑(厚黑). 문자대로 '두껍고 시커멓다'는 말이다. "낯이 두껍고 마음은 시커멓다"는 '면후심흑(面厚心黑)'을 줄였다. '면후'는 뻔뻔스러움이고, '심후'는 음흉함에 다름 아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치인들의 이중성과 연결해 이를 '후흑학'으로 발전시킨 이가 20세기 초 중국 청나라 말기 리쫑우다. 그는 평생 '후흑'을 연구해 학문의 반열에 올렸다. 하지만 그 자신은 살아생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훗날 미국의 대표적 중국사학자 조너선 D. 스펜스가 '전통적인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질서를 만들고 지배한 정치가'라 평가한 마오쩌둥이 후흑학을 탐독했다는 소문 정도만 돌았다.

중국에서조차 쓰이지 않던 후흑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되살아났다. 리쫑우에 따르면 후흑은 속으로 뻔뻔하고 음흉하면서도, 겉으로는 정의로운 척, 공정한 척 포장한다. 후흑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초보적 단계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이 단계를 넘지 못했다. '검찰개혁'이라 포장했지만 실은 '가족 비리'를 감추려는 몸부림이 더 강했음이 금방 들통 났다. 법적 책임이 따른 법정에서는 재판 내내 증언거부권을 반복하더니 법정에서 벗어나서는 보란 듯 '조국의 시간'이란 책을 냈다. 이런 그가 '내로남불' 소리를 듣게 된 것은 후흑의 초보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역설한다.

경기도지사직을 고수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선 후흑의 냄새가 한층 짙어진다. 그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공공과 민간업자가 국민에게 바가지 씌워 부당이득을 나눠먹은 토건 부패 사건"이라고 명쾌하게 규정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앞에서는 공공의 탈을 쓰고 뒤에서는 민간 택지로 개발 이익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조차 '부패한 기득권 카르텔의 불로소득 범죄'라 못 박았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단군이래 최대 공익환수 치적",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다 의혹이 커지자 지금은 '부당 이익 환수 조치를 강구하라'고 한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종 인허가권자인 '성남시장' 소관이었다. '이재명 성남시장' 주변에 머물던 몇몇 인물들은 50억 원에서 수천억 원씩의 불로소득을 올렸다. 이것이 문제되자 이 지사는 성남시민을 향해 대장동 수익금으로 1인당 10만 원씩 재난지원금 받았지 않느냐고 묻고 있다.

그러면서 지지자를 향해선 "이번 대선은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최후 대첩"이라고 세를 모으고,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50억 원이 건너간 사실을 강조하며 '국민의힘 게이트'로 몰아간다. 대장동 개발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곽 의원 아들에게까지 왜 50억 원이 건네졌는지는 외면하고 건네진 결과만 앞세우고 있다.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며 국정감사를 받겠다 하고선 정작 성남시건 경기도건 감사자료 제출엔 비협조로 일관하는 것도 낯 두꺼운 일이다. 여당은 야당이 신청한 증인 채택은 모조리 거부하고 있다. 이래서야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들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통로가 없다. 이 지사는 자신을 향한 어떤 공격에도 꿈쩍도 않는다. 후흑의 다음 단계에 든 것이다.

리쫑우가 말한 정치인의 후흑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강한 흑으로 공리를 도모하라" 한 것을 보면 정치인의 후흑을 긍정하고 있다. 문제는 국익을 먼저 추구하느냐, 사익을 챙기느냐에 따라 후흑의 진면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 소환된 후흑은 과연 무엇을 앞세우고 있는지 국민들이 살펴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