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휴대전화 던졌다→누군가에게 맡겼다" 진술 오락가락

입력 2021-10-04 10:08:52 수정 2021-10-04 11:08:42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사라진 휴대전화에 대해 당초 "창밖으로 던졌다"고 진술했다가 "누군가에게 맡겼다"며 말을 바꾸는 등 검찰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도중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압수수색 전후로 창문이 열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결국 휴대전화의 행방은 찾지도 못한 채 유 씨와 검찰이 국민을 상대로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4일 입장문을 내고 "유동규 주거지 압수수색 당시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졌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으나 주거지 내외부 CCTV를 확인한 결과 압수수색 전후로 창문이 열린 사실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체포된 이후 검찰 조사과정에서 유동규는 압수수색 전날 창밖으로 던졌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휴대전화 판매업자에게 맡겨놓았다고 하면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자택에서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한 검찰이 인근 도로까지 수색했지만 휴대전화는 찾지 못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1일 체포된 이후에는 "압수수색 당일이 아닌 전날 창밖으로 던졌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나중엔 "휴대전화를 주변에 맡겼다"는 식으로 여러 차례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는게 검찰 설명이다.

이보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자택 앞에 있던 취재진에 휴대전화를 숨긴 이유에 대해 "그럴 사정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고, 이후 1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술을 먹고 그랬다"는 취지로 언급하기도 했다.

전날 구속영장 심사가 끝난 뒤 유 전 본부장 측은 취재진에게 "(당시)검찰이 왔다고 문 열라고 하고 기자들한테 전화가 자꾸 오니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홧김에 던진 것"이라며 "2014~2015년 쓰던 과거 휴대전화는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같은 유 전 본부장의 태도와 오락가락하는 진술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중론이다.

법원은 전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배당구조 설계 당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 주주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측에 과도한 수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또 유 전 본부장이 퇴직 후 업자에게 받은 11억 여 원이 뇌물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에 제출된 녹취록에는 대장동 개발이익 중 일부를 유 전 본부장에게 배분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