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음악은 유독 가을에 더 사랑받는다. 묵직한 중저음이 진한 커피 향처럼 그의 음악에는 '남자의 고독'처럼 쓸쓸한 '가을'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인생 역시 음악처럼 쓸쓸함과 외로움 그 자체였다. 1년 내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브람스는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냈다. 그리고 슈만의 부인 클라라를 연모하며 평생 외롭게 독신으로 살았다. 이처럼 그의 음악에서 쓸쓸함과 고독, 그리고 깊은 성찰과 함께 애잔한 그리움이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면적 깊이와 엄숙함이 짙게 배어있는 그의 음악을 처음 대하는 초심자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심오한 세계로 빠져들며, 한편으로는 한없이 여린 서정적인 아름다움에 전율을 느끼게 된다.
'인생의 가을'을 노래한 교향곡 제4번은 브람스 특유의 짙은 우수와 고독에 찬 아름다운 선율이 작품 전반에 깃들어 있는 작품이다. 브람스가 임종 때 교향곡 4번을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이 곡에는 평생 독신으로 지낸 브람스 만년의 고독한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
특히 1악장에서 인생의 황혼을 짙게 느낄 수 있다. 클라리넷과 비올라, 첼로와 호른이 만들어내는 어둠의 소리, 그사이 느껴지는 진한 고독감은 작품 전반의 중후함을 더한다. 관현악의 대가답게 최소한의 악기 편성만으로도 짜임새가 돋보이는 곡 구성과 치밀하고 논리적인 화성 진행 등 브람스 음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교향곡 제3번은 영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유명해졌다. 잉그리드 버그만, 이브 몽탕, 앤서니 퍼킨스가 주연한 이 영화에서 3악장은 브람스 특유의 우수에 찬 선율로 듣는이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클라리넷 트리오 2악장은 뺨을 스치듯 불어오는 가을바람의 질감을 떠올리게 한다. 가을의 휘파람 소리처럼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자동적으로 귀를 쫑긋 세우게 될 정도로 가을의 감성이 느껴진다.
브람스 음악이 많은 사람에게 고독함과 쓸쓸함의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그의 음악이 모든 인간의 삶 속에 내재한 고독한 투쟁과 노력, 그 쓸쓸함의 감수성을 파고들기 때문이 아닐까. 이 가을, 브람스가 들려주는 쓸쓸하지만 로맨틱한 선율로 텅 빈 마음을 채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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