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시대 층간소음 민원 늘지만…해결책이 없다

입력 2021-09-30 16:45:04 수정 2021-09-30 20:40:18

대구 상담 신청 작년보다 35%↑…처벌 없이 중재만
주민 거부하면 그마저도 불발
전문가 "공동주택 내 층간소음관리위원회 구성해 내부 중재해야"

층간소음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층간소음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A(35) 씨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통도 함께 늘고 있어 걱정이다. A씨는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위층의 아이들도 학원을 가기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수시로 층간소음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경비실에 얘기해도 주의만 줄 뿐 별다른 제재가 없어 이웃에 대한 분노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의 분쟁 양상이 목숨을 위협하는 정도까지 치닫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경우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층간소음 전화상담(콜센터, 온라인) 신청 건수는 1천201건으로, 전년(576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아울러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상담신청은 899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64건보다 약 35% 증가한 수치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은 크고작은 다툼을 넘어 이웃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7일 전남 여수에서 30대 남성이 층간소음 문제로 자신이 사는 아파트 위층에 거주하는 일가족을 살해하고 부상을 입혀 경찰에 체포됐다. 또 올해 2월 대구에서도 한 남성이 층간소음 분쟁 끝에 망치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 주민에게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이 일어나는 게 이해가 간다. 오죽하면 이런 것을 들고 찾아오겠냐"라고 말하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원만한 해결은 어렵기만 하다. 층간소음을 해결하는 주체는 한국환경공단 산하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인데, 이들은 처벌이 아닌 당사자 간 분쟁을 중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해 현장에 나가더라도 공권력이 있는 게 아닌 탓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현장 진단을 통해 중재하는 게 전부"라며 "이마저도 층간소음을 유발한 주민이 중재 참여를 거부할 경우 강제로 참여시킬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주택 내 구성원들이 자체적으로 '층간소음관리위원회'와 같은 중재기구를 만들어 함께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공동주택 내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의무적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공동주택 내 구성원들로 이뤄진 위원회를 통한다면 민원인의 피해를 빨리 들어볼 수 있고 중재 또한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