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피아노 소재 다큐 뮤지컬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는 피아노가 우리나라 최초로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유입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제작됐다. 외국인 선교사를 통해 바라본 100여 년 전의 달성 낙동강 사문진의 아름다운 풍경과 이상한 소리를 내는 피아노를 보고 '귀신통'이라 표현한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특히 이 뮤지컬은 달성문화재단과 매일신문이 피아노를 소재로 삼아 전국 최초로 다큐 뮤지컬 형식의 공연을 기획하고 생산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는 지난 2013년 9월 27일과 28일 달성군 화원읍 낙동강 사문진 나루터에서 펼쳐졌다. 양일간에 걸쳐 이뤄진 공연에서 미리 준비한 5천 석의 좌석이 동이나고 나머지 관객들은 빈 공간에서 대충 앉거나 선채로 지켜봐야 했을 정도였다.
또 공연 당일 일부 늦게 온 관객들은 좌석은 물론 남은 공간이 없어 아쉬움을 남기고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당시 달성문화재단 측은 공연 이틀동안 넉넉잡아 3만여 명의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김문오 달성문화재단 이사장(달성군수)은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의 가장 큰 특징은 피아노가 국내 처음으로 달성 화원의 사문진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실경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여기다 감성을 자극하는 조명, 기발한 무대장치, 배우들의 현란한 춤동작 등이 관객들의 마음을 통째로 사로잡았다"고 했다.
◆선교사 사이드보텀이 들여온 첫 피아노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는 한국음악문헌학회 손태룡 대표의 국내 피아노 역사에 대한 끈질긴 연구에 따른 결과물이다. 손 대표가 지난 2012년 9월 자신의 연구논문 '대구지역 최초의 피아노 유입과정 고찰'(사이드보텀 및 에피의 피아노)을 발표하면서 밝혀졌다.(매일신문 2012년 9월 11일자)
당시 손 대표는 "미국 선교사 사이드보텀(한국명 사보담) 부부가 지난 1900년 3월 부산에서 배에 피아노를 싣고 낙동강을 타고와 현재의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에 도착, 대구로 들여 왔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피아노의 효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대구 동산의료원(제중원)을 설립한 우드부릿지 존슨 선교사 부부 역시 1901년 5월 화원의 사문진을 통해 들여온 피아노가 최초인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사이드보텀의 피아노가 이보다 1년 정도 앞섰다는 것이다.
이같이 국내 최초 사문진으로 들어온 '피아노의 진실'은 선교사 사이드보텀의 외손녀 사라 커티 그린필드를 비롯한 자손들이 지난 2009년 조부모인 사이드보텀 부부의 유품을 부산박물관에 기증하는 과정에서도 밝혀져 손 대표의 주장이 재입증되기도 했다.
영국 태생인 사이드보텀은 1899년부터 미국 북장로교 해외선교부 대구지부서 1년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부산지부로 옮겨 1907년까지 활동했다. 그는 그해 안식년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약속을 남기고 미국으로 떠나갔다. 그러나 그 이듬해 12월 가솔린 폭발사고로 세상을 뜨면서 한국땅을 영영 밟지 못했다.
◆피아노 3일 동안 옮기는 과정 묘사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는 1900년 3월 26일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보텀이 아내 에피를 위해 피아노를 사문진 나루터에서 대구 종로까지 옮기는 3일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극중 주연인 '피아노 정령' 역에는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윤복희와 제10회 한국 뮤지컬 대상 여우 주연상을 받은 강효성이 더블 캐스팅 돼 흥미를 더했다.
무대 한 가운데 피아노가 덩그러니 놓인 모습에서 첫 장면이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 보는 상자에서 나는 소리를 귀신이 내는 소리라 믿는다. 또 귀신이 마을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염려해서 피아노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해를 한다.
이때 서양에서 피아노 공부를 하고 온 마을 유지 서 진사의 서자 경수가 마을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해서 마을 사람들을 설득한다. 그러나 서 진사의 적자인 민수가 경수를 질투하여 자신이 가진 권력과 힘으로 마을 사람들을 제압하고 피아노가 들어오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하지만 아버지 서 진사의 병을 선교사 사보담이 고쳐 주고, 경수가 연지라는 정혼녀를 놓고 사랑과 환경 속에서 서로 대립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동서양이 화합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짐꾼들 자리배치 두고 멱살 잡이도
실제 사이드보텀이 미국의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서 피아노를 화원 사문진 선착장에 내려 대구 종로의 집까지 옮기는 3일간의 여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편지에 따르면 피아노를 옮기기 위해 하루에 짐꾼 20~30명을 불렀다. 1인당 60센트를 요구하는 인부들을 물리치고 30~40센트씩의 운임을 지불했다고 적었다. 또 상여를 운반하는 것처럼 나무막대기로 틀을 짜고 그 위에 피아노를 실은 뒤 밧줄로 단단히 고정시켰다고 했다.
피아노를 옮기면서 짐꾼들이 지치는 바람에 중간중간 쉬어가야 했다. 처음에는 한 번 쉬는 시간이 약 10분이던 것이 나중에는 20~40분씩이나 길어졌다고 했다. 일부 짐꾼들은 서로 자리 배치가 잘못됐다며 멱살 잡이를 하는 바람에 점심 식사 후 움직인 거리가 고작 1.4km 수준에 그쳤다고 했다.
게다가 막상 피아노가 들어가야 할 방문이 비좁아 문틀을 파내고 피아노를 들여 놓았다고 토로했다. 옮기는 과정에서 피아노가 너무 흔들려 제자리에 온전하게 남은 건반이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빠진 건반은 대부분 재조립하고 오랜 시간 조율해 연주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했다.
◆지역사 배경 뮤지컬 '육신사의 비밀'
달성문화재단이 지역의 역사를 배경으로 제작한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에 이어 조선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려다 숨진 사육신의 넋과 얼을 기리는 차원에서 제작, 발표한 창작 뮤지컬 '육신사의 비밀'도 큰 관심을 모았다.
창작 뮤지컬 '육신사의 비밀'은 달성문화재단이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사육신과 육신사의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뮤지컬이다.
육신사는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숨진 사육신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사육신 중 유일하게 후손이 살아남은 박팽년의 후손이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순천박씨 집성촌이 현재 달성군 하빈면 묘리(묘골)에 위치해 있다.
뮤지컬 '육신사의 비밀'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박팽년 후손들이 사는 묘골에 '산신'을 등장시켜 마을을 지키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날마다 오라버니의 과거 급제를 위해 육신사를 찾는 '여린'과 그녀의 갸륵한 마음에 감동한 '산신'의 러브스토리를 담았다.
달성문화재단은 지난 2017년 뮤지컬 '육신사의 비밀'을 처음으로 제작해 공연을 한데 이어 2020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제작 프로그램 공모에 선정, 보다 완성도 높은 지역 고유의 문화콘텐츠로 재탄생 시켰다.
※공동기획: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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