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여행

입력 2021-09-16 11:26:53

황윤 지음/ 책읽는고양이 펴냄

제주도 돌하르방.
제주도 돌하르방.

'삼국사기', '고려사'를 비롯해 '후한서', '삼국지', '일본서기', '당회요' 등 주변국 역사책에 언급된 '탐라국'을 문헌적으로 개괄하며 신석기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역사를 아우르는 제주도 여행기이다.

특히 저자는 유독 1374년 고려 최고 명장인 최영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314척의 배에 2만5천여 병력을 제주도에 파견, 소위 '목호의 난'을 진압한 사건에 주목한다.

목호의 난은 몽골이 세운 원나라에 고려가 복속된 후 제주를 탐라총관부라는 몽골의 자치령으로 운영하다가, 원나라가 무너지고 고려가 제주도에 대한 지배권을 회복하고자 할 때, 원나라 정부에 의해 제주도로 파견돼 말을 키우며 살다 현지화가 된 몽골인들이 크게 저항한 사건이다.

책은 기존 제주 여행의 관념을 깨고 고고학의 눈으로 제주와 만나는 역사 여행 에세이다.

그동안 자연체험과 문화유산 관광에만 국한되었던 제주도가 최근에는 맛집, 여행지, 카페 등 감성 여행으로 이어졌지만 이 책에서는 제주의 역사를 개괄한다.

그 중에서도 전혀 접해 보지 못한 고대사부터 고려 시대까지 제주를 들여다봄으로써 ▷제주에 말이 많은 까닭 ▷제주의 심벌 돌하르방의 기원 ▷옛날 사람들은 배 타고 어떻게 제주에 갔는지 ▷탐라 및 제주도 명칭의 유래 ▷제주의 정체성 등을 현재 남아 있는 유물유적과 문헌 속에 존재하는 실제 역사를 통해 고증하고 있다.

돌하르방은 제주도의 마스코트로 현무암으로 만들어졌다. 벙거지 같은 모자를 쓴 머리, 툭 튀어나온 눈, 넓적한 주먹코, 무심해 보이는 표정이 일품으로 어떻게 보면 친근해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살짝 무섭다. 지금은 돌하르방으로 불리고 있으나, 1971년 정부에서 명칭을 정하면서 그리 된 것이고 조선시대만 하더라고 벅수머리, 우석목, 옹중석 등으로 불렸다.

또 저자는 목호의 난을 진압하려 나선 최영 장군 부대의 이동로를 따라 고려시대 사람이 돼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보기로 한다. 안양에서 목포까지 가서 배를 타고 추자도에 들른 후 제주도에 도착, 최영 장군의 행적과 목호의 흔적을 찾아 열심히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내용들을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몽골이 제주도에 미친 영향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어 여행을 마친 저자는 집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탐방하며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역사 소설을 쓴다. 제목의 '갑인의 변'. 이 때문에 책 속에 또 책이 있는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416쪽, 1만8천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