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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9-09 11:11:22

김혜진 고산도서관 사서
김혜진 고산도서관 사서

도서관에서는 매년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최근 조사 결과에서 다양한 자료와 쾌적한 시설에는 대다수 만족했으나 도서관 직원 즉, 사서에게 질문을 하는 일이 어렵고 부담스럽다는 답변이 많았다. 다시 말해 서로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도서관에 왜 가?"라고 물으면 "도서관은 부담 없이 편하게 묻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니까"라는 답이 나올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세계 5대 도서관으로 평가받는 123년 역사의 뉴욕공립도서관과 92개 분점을 12주 동안 기록한 작품이다. 일체의 내레이션이나 인터뷰를 배제한 채 이용자와 직원들의 24시간을 묵묵히 보여준다. 뉴욕공립도서관은 5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고 스태프 수만 3천150명이라고 한다.

상당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항상 시민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보답이라도 하듯 이용자들은 애정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하거나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도서관이란 인간을 향한 애정을 근간으로 세워진 거대한 문화 공동체임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사서가 갖추어야 할 능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 능력이라 생각한다. 도서관 내외부를 멋지게 꾸미는 것, 최신 장비를 구비하는 것, 방대한 분량의 장서를 소장하는 것 모두 필요한 일이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이용자들과의 적극적 소통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안 되는 사서들의 업무가 너무나 다양해지다 보니 그림책이나 소설 속에 나오듯 도서관에서 한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바라보고 격려하며 기뻐하기엔 마주한 현실이 늘 바쁘기만 하다. 더해 책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고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용자와 대면할 기회는 점점 줄고 있다.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의 저자인 논픽션 작가 수전 올리언은 말한다. "공공도서관이 지닌 공공성은 요즘 세상에서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모두를 환영하는 곳, 그리고 그렇게 따뜻하게 받아들여주면서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곳을 떠올리기란 갈수록 어려워진다"라고. 그럼에도 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평생 영화 한 편 본 적이 없는데 도서관에서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어르신, 책과는 담을 쌓고 살다가 집 앞에 도서관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고 이젠 주말마다 갈 곳이 생겼다는 아이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다보면 그들이 도서관에서 마음 편히 쉴 자리를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 좋은 책과 함께 세월을 같이 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어 공유하는 곳. 도서관은 언제나 당신을 환영하며, 당신이 지적·문화적 욕구를 채우고 영감을 얻어 한 발짝 더 성장하도록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