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음을 얻어야 물을 얻는다

입력 2021-10-03 15:48:23 수정 2021-10-03 18:10:33

장원용 대구평생학습진흥원장

장원용 대구평생학습진흥원장
장원용 대구평생학습진흥원장

지난 1991년 페놀 사고 이후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염원은 간절하다. 다양한 방안이 검토된 끝에 지난 6월 환경부 낙동강유역관리위원회가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을 의결했다. 핵심 내용은 '대구 시민의 먹는 물 가운데 일부를 구미 산업단지 위쪽 해평취수장에서 취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구 시민의 30년 숙원이 해결되는 전기가 마련됐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가 남아 있다. 구미 지역 정치권이 해평취수장을 함께 이용하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이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지만, 이른 시간 안에 말끔하게 갈등이 조정되지 못할 경우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2018년과 2019년 대구시 소통특보 자격으로 취수원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10여 차례 구미를 방문해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은 바 있다.

상당수 구미 시민은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 관료 조직을 중심으로 반감이 강하게 형성돼 있는데, 그것이 구미 여론을 지배하고 있었다. '옆집의 힘센 형이 우리 집 우물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대구시가 언론 플레이를 앞세워 구미 시민을 압박한다' 등의 피해 의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었다. 구미의 반대는 이성이 아니라 '마음이 상해 있다'는 느낌이었다. 즉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것이다.

논리보다는 감정의 매듭이 꼬여 있다면 설명과 설득으로는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 설득에 앞서 먼저 구미 시민의 마음을 얻는 것, 그것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분석이고 필요한 해결책일 것이다.

대구시는 해평취수장 취수 조건으로 협정서 체결 즉시 100억 원의 일시 지원금을 구미시에 지급하고, 환경부도 공사 착공 때부터 매년 물 이용금 1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KTX 구미역 신설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약속도 있었다. '이 정도면 해줄 만큼 해주었다'고 생각하는 대구시나 정부 관계자가 혹시 있을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만에 하나 이런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30년 염원이 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구미 시민의 마음을 얻어 진정한 해결책을 담보할 방안은 무엇일까.

최근 대구시는 신청사 건립과 관련해 시민상상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신청사 건립에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꿈을 더하겠다는 취지다.

같은 노력을 취수원 관련 대구와 구미의 상생 방안 마련에 기울이면 어떨까. 예컨대 ▷해평에서 생산하는 농산물 전량 구매하기 ▷영천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버스 직행(무환승) 시스템을 대구-구미 간에 도입하기 ▷대구-구미 낙동강변에 자전거 도로 건설하기 ▷대구-구미 간 낙동강 물길 개척하기 등 대구 시민들의 참신하고 자발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 실현 가능성은 제쳐 두고서라도 그 과정만으로도 꽁꽁 닫힌 구미 시민들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돈(현금)을 지원하는 게 최선이라는 사고는 자칫 구미 시민의 마음을 더 닫아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