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석 전 경북대학교 총장
강창덕 선생은 지난 3일 돌아가셨다. 삼가 선생의 명복을 빕니다.
선생은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 때는 독립운동, 이승만 치하에서는 반독재운동, 박정희 치하에서는 민주화운동, 전두환 치하에서는 통일운동을 하셨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감옥에 갔고, 한평생 7차례에 걸쳐 13년 옥살이를 하셨다. '인혁당 간첩 조작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언도받아 7년간 옥살이를 하다가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무혐의 처리가 되었고, 안기부는 사과했다.
강 선생은 95년을 살았다. 한국 근대사의 산증인이었다. 세계사 속의 한국 근대사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역사이다. UNCDAD(UN무역개발회의)에서 한국을 선진국 대열에 올렸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 같은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 달러에 가까운데도 선진국이라 부르지 않는다. 선진국 자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기준은 국민소득과 민주주의이다.
후진국도 어느 지도자나 경제발전을 시도했다. 이집트 나세르, 터키 알타 튀르크, 필리핀 마르코스,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파키스탄 부토, 미얀마 아웅산은 민족의 자주 독립과 경제개발을 주장했다. 대한민국보다 잘살았다. 어느 나라 지도자든 경제발전을 지상 과제로 삼고 실천한다. 경제발전에 종사한 산업 역군은 영웅 칭호도 수여하고 금탑산업훈장도 수여했다. 그리고 성공한 산업 역군은 어느 정권에서나 경제적 부와 특권을 누렸다.
민주화운동은 다르다. 후진국 지도자는 누구나 민주 정치를 말했다. 그러나 민주화를 격려하고 장려하는 지도자는 근대사 속에서 보지를 못했다. 어느 때 어느 정권에서나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은 탄압받고 박해를 받았다. 잘못하면 처형당하고, 보통이면 감옥 가고, 잘하면 패가망신이다.
민주화운동은 깨어 있는 시민이 한다. 강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대구상고를 나왔으니, 엘리트 계층이다. 산업화 역군으로 표창장을 받고 잘 살 수 있었다. 선생은 험로인 민주화의 길을 택했다. 투옥되고 박해를 받았다. 30년 전 일이다.
반야월 외딴집에서 오토바이로 개 죽통을 싣고 나르다가 나를 만났다. 선생은 먹고살기 위하여 폐가에서 개를 키운다고 했다. 애완견이 아니던 시절이다. 세월이 흘렀다. 계산동 선생의 사무실에 김대중 대통령과 전태일 열사의 사진을 모셔두고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부터 나라를 위하여 투쟁하다가 민주화를 위해 옥고를 치르고, 통일운동을 하다가 무기징역을 받았다가 무죄로 풀려난 분이다. 죄를 지은 건 독립운동하고, 반독재운동하고, 민주화운동하고, 통일운동 한 것밖에 없다.
경제발전보다도 민주주의 성취가 훨씬 어렵다. 먹고살기 위하여 공정하게 노력만 하면 나라는 저절로 발전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저항하지 않으면 절대로 내어주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다. 피를 흘려도 되지 않는다. 선생처럼 평생을 바쳐 헌신하려는 각오가 없으면 안 된다. 선진국 대한민국 영광을 선생님에게 돌린다.
선생은 갔다. 선생이 남긴 유지는 무엇일까?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축될 수 있다. 깨어 있는 시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민주주의가 유지 발전한다. 선생의 유지가 무엇인지 되새겨 볼 때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