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현대인은 싫든 좋든 매일 '안전 안내 문자'를 접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전화기를 울리는, 마치 경계 사이렌 같은 '긴급 전갈'이다. '국민비서'나 '스미싱' 문자도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전갈의 다른 형태다. 전자는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유용한 정보'다. 반면 후자는 악랄한 '디지털 덫'이다. 큰 금전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 고통까지 선물하고야 만다.
전자정부 구현에 앞장선 한국은 '국민비서'라는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 말 선보인 '국민비서'는 비대면 생활 체제와 디지털 사회로의 급속한 이행이 맞물린 메신저 플랫폼이다. 백신접종 예약 정보에서부터 인공지능과의 채팅 상담까지 일상에서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통 5개월 만에 약 650만 명이 서비스를 신청해 1억5천만 건 이상의 알림을 받았다. 백신접종 예약 정보 알림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 활용하는 매체다.
바쁘게 살다 보면 가끔 이런 필요한 정보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불행의 씨앗이 될 '악마의 정보'를 착각해 화를 부를 때도 있다. 디지털 시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느끼는 아이러니다.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 것은 휴대폰이 음성통신 수단에서 인터넷·메신저 등 정보 매개 수단으로 진화하면서다. 거의 스마트폰 출현 시기와도 겹친다.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악용하는 디지털 범죄가 출현한 지도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수법의 금융 범죄가 뿌리 뽑히지 않고 계속 기승을 부린다. 휴대폰을 개통하는 순간 호환마마와 같은 디지털 범죄에 노출되는 것은 이제 공식이다. 최근 가까운 지인이 '아빠, 액정이 깨졌어~' 카카오톡 메신저피싱에 덜컥 속아 수천만 원의 금전적 손실을 봤다는 소식에 분노가 치밀었다.
신문 방송을 통해 갖가지 피해 사례를 접하고도 아무런 생각 없이 넘어가고 말았다며 넋두리를 했다.
지난 2015년 8월, 대구지방법원 형사 재판부가 중요한 판결을 냈다. 기업형 보이스피싱 혐의로 기소된 전화 금융 사기 조직 구성원들에게 처음으로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 구성' 혐의를 적용해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 판결은 사법 당국도 디지털 범죄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사기꾼들의 마각은 꺾이지 않고 계속 자라고 있다.
그제 금융감독원이 '2021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을 발표했다. 상반기 보이스피싱(1천577억→845억원) 피해는 감소한 반면 메신저피싱(176억→466억원) 피해는 급증했다. 특히 50대 이상 장년층을 노린 메신저피싱 피해가 지난해보다 2.6배나 늘고 전체 메신저피싱 피해액의 94%를 차지했다. 메신저피싱 사기범들은 피해자의 수시 입출금 계좌에서 돈을 빼내는 것도 모자라 예금이나 보험 등을 해지하기도 한다. 또 피해자 명의로 비대면 대출을 받거나 오픈뱅킹을 통해 타 금융기관 계좌의 돈까지 가로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코로나 국민지원금 신청 시기를 틈타 개인정보를 노리는 메신저피싱 주의보를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개인정보가 사기꾼의 먹잇감이 되지 않게끔 자기 무장과 함께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때다. 수상한 전화·문자는 아예 무시하기, 일단 의심하기, 거듭 확인하기, 문자 URL 클릭 금지만 지켜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가족과 디지털 금융 범죄 유형을 공유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코로나에 백신이 중요하듯 디지털 범죄에도 이런 예방 백신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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