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 갈등' 국민의힘 내홍 절정, 선관위원장 사퇴 파동까지(종합)

입력 2021-09-05 18:36:38 수정 2021-09-05 19:45:23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정홍원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장 5일 오후 사의 표명했다가 이준석 대표 만류로 업무 복귀
경선규칙 둘러싼 후보와 선관위 신경전 벌이자, 보수진영에선 제 살 깎아먹는 대결 지양 촉구

국민의힘 정홍원 제20대 대통령 후보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관리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한편 정 선관위원장은 이준석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홍원 제20대 대통령 후보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관리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한편 정 선관위원장은 이준석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연합뉴스

정홍원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사의를 밝혔다가 이준석 대표의 만류로 임무에 복귀했다.

갑작스런 사퇴논란이 해프닝으로 정리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 공백과 경선일정 차질은 피했지만, 대선주자와 당내 선관위 사이 감정의 골은 여전한 분위기다. 경선규칙을 둘러싼 대선후보들의 집단반발에 선관위원장이 못 해먹겠다고 짐을 싸자 당 대표가 나서 가까스로 파행은 막았지만 양측 간 갈등의 뿌리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정 위원장이 당 대표의 재신임 의사표시에 마음을 돌렸지만 '역선택' 방지조항 설치에 반대하는 대선주자들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완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상황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 상태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내홍 절정, 선관위원장 사퇴 헤프닝까지

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선규칙 파동과 관련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가 이준석 대표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열리는 당 공정경선 서약식 행사를 앞두고 이 대표와 만나 경선규칙을 둘러싼 당내 갈등상에 우려를 나타내며 거취에 대한 고민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정 위원장이 선관위가 후보들을 상대로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고충을 전달하자 이 대표는 '일 하시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급하게 진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 위원장은 '일부 주자들이 경선규칙과 관련한 이견을 이유로 선관위가 주관하는 행사에 불참하는 것이 상례화되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대표는 애초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던 공정경선 서약식과 후보자 간담회 행사에 참석해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특히 당 대표를 등에 업은 정 위원장은 "가장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것은 오늘 몇 분이 참석하지 못했는데 선관위가 사심 없이 정한 룰에는 협력하고 따르도록 해야지 그것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당 선거 관리에 전권을 부여받은 선관위 운영에 다소 불만이 있다고 해서 당 공식행사에 불참하는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행사에 불참한 일부 주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날 홍준표(대구 수성구을)·유승민·하태경·안상수·박찬주 경선 후보는 당 선관위의 경선 여론조사 '역선택 방지' 도입 검토에 반발하며 행사에 불참했다.

정치권에선 역선택 방지조항 설치에 반대하는 후보들이 선관위를 상대로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정 위원장이 극약처방으로 예봉은 피했지만 양측 사이 충돌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평가하면서 정권교체로 모아져야 할 제1야당의 당력이 다소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는 "후보 간 충돌을 조율하고 중재해야 할 선관위가 후보들과 충돌하면서 당이 에너지는 허비하고 있다"며 "조속히 경선체제를 정비해 여당을 상대로 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가운데)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최재형 후보와 악수하며 입장하고 있다.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후보는
국민의힘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가운데)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최재형 후보와 악수하며 입장하고 있다.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후보는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를 주장하며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출발부터 삐걱, 보수진영 질책 쏟아져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대선경선에 돌입하기 전부터 선관위원장 사퇴파동이 불거지는 등 내홍에 휩싸이자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제1야당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권교체를 위해 당력을 하나로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적전분열이 가당키나 하냐는 지적이다.

특히 당내에선 본격적인 경선이 진행된 상황도 아니고 이제 막 무대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불협화음을 보이는 모습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당 관계자는 "국민들은 정치 자체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데 우리 당 후보와 선관위는 경선 시작 전부터 샅바싸움으로 진을 빼면서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며 "당 지도부 차원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본선 경쟁력을 고려해 경선규칙 문제로 내부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상황을 최소화하자는 주문이다.

아울러 선두 후보와 추격 후보 간 신경전도 금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전개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중지란을 국민의힘이 답습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경북의 한 현역 국회의원은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선두 후보가 품을 넓게 베풀고 추격 후보들이 그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판을 뒤집기 위한 흑색선전 유혹을 떨쳐버린다면 당내 대선경선이 진정한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보수의 본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선 정권교체를 원하는 지역민의 지지를 받고자 한다면 그 과정에서도 '선비'의 모습을 유지하길 기대하고 있다. 경쟁후보를 근거도 없이 헐뜯거나 앞서가는 후보의 뒤에서 잡아채는 등의 몰지각한 처신은 오히려 대구경북 유권자들에게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경고다.

대구경북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바라보는 대구경북 지역민의 마음속에서 정권교체라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며 "지역민의 지지를 받아온 제1야당이 이러한 텃밭 민심을 제대로 읽고 경선을 과정을 통해 컨벤션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