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폐’라더니 역대 최대 SOC 예산, 끝없는 文 정부 내로남불

입력 2021-09-06 05:00:00

문재인 정권의 첫 청와대 정책실장인 장하성 씨는 2018년 8월 국회에서 "우리 정부 들어서는 고용이 많이 느는 SOC 사업이나 또는 부동산 경기 부양이나 이런 정책을 일절 쓰지 않고 그런 유혹을 느껴도 참고 있다"고 했다. 문 정권은 초기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은 건설·토목 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토건 적폐'라고 맹렬히 비난하면서 관련 예산을 대폭 깎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25조1천억 원이던 SOC 예산은 문재인 정부가 첫 예산을 짠 2018년엔 19조 원으로 격감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7년에 비해서도 2조 원 이상 줄었다.

이명박 정부를 '토건 적폐'라고 폄훼한 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훨씬 많은 SOC 예산을 편성했다. 내년 SOC 예산은 올해보다 1조 원 늘어난 27조5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자신들 스스로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한 것이다. 앞뒤가 다른 문 정권의 행태에 또 하나의 내로남불이란 비판이 안 나올 수 없다.

문 정부가 SOC 예산을 대폭 늘린 것은 내년 대통령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 대선이 치러지는 해이니 더 적극적으로 세금을 뿌리겠다고 작심한 듯하다. 그냥 늘리기엔 문 정부 스스로도 명분이 없었는지 생활형 SOC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지방균형발전이란 명목으로 정권 텃밭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방 SOC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주는 방식으로 SOC 예산을 늘리기도 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 A, B, C와 같은 수도권 집중화를 부추기는 SOC 사업들이 적지 않은 것도 문제다.

문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내년 SOC 예산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다. 최대 28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부산 가덕도신공항 예산은 내년 예산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것까지 포함되면 내년 SOC 예산은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SOC 사업은 경기 부양과 고용 창출 효과를 부인할 수 없지만 선거용 매표 SOC 사업들은 국가적으로 그 폐해가 막대하다. 국회 심사에서 면밀하게 따져 걸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