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5 APEC 경주 유치, 영남의 상생 기회로 만들자!

입력 2021-11-15 10:14:55 수정 2021-11-15 15:44:41

이상철 칼럼니스트
이상철 칼럼니스트

"우리가 남이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준 상징과도 같은 말이다. 영원한 영남 패권주의를 꿈꾸었겠지만 그들은 분열했다.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한 TK와 PK라는 지역주의 인질은 달콤했을 것이다. 서로가 영남의 맹주라고 자처했지만, 몇 번의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그들은 더 이상 정치적 주류가 아니었다. 또한 인구와 일자리가 줄고 기업들이 떠나는 현실에서 뚜렷한 해법 또한 내놓지 못했다.

특히 신공항 등 국책사업이나 인프라 유치에 있어 TK와 PK 간의 출혈경쟁과 정쟁이 심화되는 동안 수도권 일극주의는 더욱 견고해져만 갔다.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TK와 PK는 이렇듯 국책사업이나 지역 현안에 대해서 무기력했으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런 시점에 천년고도 경주는 2025년 APEC 유치에 도전하고 있다. 여야를 떠나 TK와 PK의 해묵은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고 영남 전체 발전을 위해 2025년 APEC 경주 유치에 힘을 모으는 것은 어떨까. 경주는 석굴암, 불국사 등이 있어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어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또한 산업화의 상징인 포항, 구미, 울산 등과 인접하므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산 역사를 소개할 수 있어 '금상첨화'이다.

유치 성공 후, 지금 추진되는 신라왕궁 복원사업과 태종무열왕의 이름을 딴 부산 태종대와 영도, 최치원의 호로 명명된 부산 해운대와 동백섬, 호국의 상징이 된 문무대왕릉, 그리고 우산국의 역사를 연계한 신라 역사문화관광 벨트를 조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울러 경북·경남·울산에 걸쳐 있는 일명 영남알프스의 국립공원화, 영남 전체를 관통하는 낙동강의 친환경산업 자원화, 남동임해공업지역의 고도화와 투자 유치, 해오름 동맹(포항·경주·울산)의 국제대회 유치 등 협업을 통해 TK와 PK라는 낡은 셈법의 정치를 버리고 상생의 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조선 건국 이후, 영남의 시각은 한양으로 가는 과거시험 길인 '영남대로'에만 머물러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에 반해 신라인들은 이사부 장군의 우산국 정벌부터 해상왕 장보고의 동남아 교역까지 끊임없이 넓은 바다로 나아갔고, 아랍 상인들이 드나들 만큼 신라는 국제무역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그 당시 수도 서라벌에는 모든 집이 기와집이었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세계 최대 해양인 태평양은 헤게모니를 놓고 미·중 간 충돌과 여러 곳의 해역에서 영토 갈등이 있는 곳이다. 또한 세계 인구의 약 39%, 세계 교역량의 약 48%를 차지하는 APEC 회원국들에게 있어 문화적으로는 동·서양이 조우하고 경제적으로는 세계를 바꿀 핵심 산업과 물류가 횡단하는 곳이다.

태평양 시대의 승자가 미래 패권을 거머쥔다는 말을 들을 때면, 해양제국을 꿈꾸었던 신라인들의 DNA가 그리울 때가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는 현재까지도 더욱 더 숨막히게 만든다.

미국의 과학자 앨런 케이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APEC 경주 유치로 태평양을 향해 잉태되었던 신라인들의 DNA를 일깨워 TK와 PK라는 지역주의의 닻을 끊어버리고 드넓은 태평양 시대의 주역이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