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Insight] 안보, 방역 이어 치안도 불안하고 위태롭다

입력 2021-09-03 06:30:00

정부 전자발찌 훼손 범죄 대응, 구멍 뻥뻥…도덕성 상실한 패륜 범죄 날마다 뉴스 장식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 씨가 지난달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중 질문을 하려는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고 있다. 연합뉴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 씨가 지난달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중 질문을 하려는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고 있다. 연합뉴스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문재인 정권 탓을 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불안한가.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린 국가 안보뿐 아니라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역에 이어 치안마저 흔들리고 있다. 정치적인 선입견을 고려하더라도 문재인 정부 막바지에 그 정도가 심각하다.

세계인의 눈에 보이는 대한민국의 강점은. 삼성전자 등이 주도하는 경제력이 우선일 것이다. 최근에는 한류를 앞세운 문화적인 강점이 돋보인다. 징병제를 통해 구축한 강력한 군사력도 무시 못 할 우리나라의 힘이다. 개인적으론 안정적인 치안 상황을 꼽고 싶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강국이 되면서 많은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고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도 상당히 활성화됐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건 국가의 치안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북아시아에서 잘 사는 3개국의 공통점은 치안 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들 나라 모두 경제 대국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범죄 걱정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의 우선순위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는 범죄의 그림자 아래 놓여 매일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차량 중시 풍토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마음 편히 건널 수 없다. 공사 현장을 지나갈 때는 안전 불감증 탓에 가설물 붕괴를 조심해야 한다.

도심 등 길거리에서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일탈 행위를 주의해야 한다.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마음속으로 단단히 준비할 필요성이 있다. 날마다 뉴스를 장식하는 가족 상대 패륜 범죄와 학교 폭력은 우리 사회를 완전히 병들게 하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관리받지 못한 인성 결여 '악마'가 우리 주위에 넘쳐나고 있다.

하루하루 뉴스를 보고 듣기가 두렵다. 50대 성범죄자 강모 씨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자 법무부가 전자발찌 훼손 방지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 사후약방문이다. 강 씨는 고위험 성범죄자로 지목받았음에도 정부의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과 관리는 너무 느슨했다.

강 씨는 지난 5월 6일 천안교도소에서 가출소하면서 5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았지만, 출소 3개월여만인 지난달 27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다. 경찰서를 찾아와 자수한 그는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15년 전인 2005년에도 강도강간 혐의로 보호감호 처분을 받다 가출소한 상태에서 같은 유형의 범죄를 저질러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당시 출소 40일간 그의 범죄 표적이 된 피해 여성은 30여 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전자발찌의 훼손을 막기 위해 현재보다 더 견고한 재질로 제작하고,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경우 신속히 검거할 수 있도록 경찰과의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그동안 6차례 전자발찌 재질을 강화했으나 매년 훼손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8월까지 13명이 전자발찌를 끊었으며, 이 중 2명은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내 법무부 의정관에서 전자감독 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던 중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내 법무부 의정관에서 전자감독 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던 중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전자감독 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관리 인력을 추가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올 7월 기준 1대1 전담 인력(19명)을 제외한 일반 전자감독 인력은 281명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7월 기준 일반 전자감독 대상자는 4천847명으로 관리 인력 한 명이 전자발찌 대상자 17.3명을 관리하고 있다.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취재진에게 "더 많이 못 죽인 게 한'이라고 소리친 강 씨도 일반 전자감독 관리 대상이었다.

대구에서는 지난달 30일 고교생 형제가 자신의 할머니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존속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고교 3학년과 1학년인 이들 형제는 "할머니가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손자가 흉기로 아내를 여러 번 찔렀고, 아내 옆에 못 가게 한다"는 할아버지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들 형제를 체포했다.

이번 사건은 결손 가정에서 가난이 낳은 패륜 범죄다. 이들 형제는 2012년 부모와 연락이 끊긴 뒤 기초수급대상자인 조부모 집에서 자랐다. 열악한 주거 환경과 빠듯한 살림에 형제는 조부모와 갈등·불화를 빚었고 정서 불안과 행동 장애 증상으로 심리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담배를 대신 구매해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60대 여성을 때린 혐의로 10대 4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밤 여주시 홍문동의 한 노상에서 60대 여성의 머리와 어깨 등을 들고 있던 꽃으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폭행 과정은 10대 일행 중 한 명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20개월 된 어린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20대 남성 양모 씨가 손녀와 딸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장모에게 음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는데, 상상하기조차 부끄러운 패륜 행위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지난달 29일 카페를 통해 지난 6월 13일 계부 양 씨와 장모가 나눈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양 씨는 메시지에서 "어머님과 한번 하고 싶다"고 했고, 장모가 "무슨 소리냐"고 하자 "어머님과 한번 하고 나면 (아내와 딸의 근황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양 씨를 패륜 악귀로 단정하고 사회 격리와 신상 공개를 촉구했다.

전자발찌 착용자 강 씨의 이번 범죄에서 정부는 치안 시스템의 허점을 잘 확인했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출소자들의 재범을 줄이기 위한 세심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인성 교육 결여와 가정 파괴로 빚어지는 패륜 범죄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이 문제는 특정 부처에서 단기간에 대책을 마련해 해결할 일이 아닌 만큼 국가 차원의 파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자식과 어린이의 미래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이들을 지식 교육과 사회 경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인식 전환과 함께 인성 교육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결손 가정을 돌보는 사회안전망도 더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군대뿐만 아니라 세계에 자랑할만한 경찰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잘 갖춰진 공권력이 정권 유지에 악용되면서 치안 부재가 발생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