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저지대 허리춤까지 물차…"집·상가 뒤덮은 흙탕물 어쩌나"

입력 2021-08-24 17:19:49 수정 2021-08-24 22:22:07

경북 지역 할퀸 태풍 오마이스…밤새 100mm 넘는 폭우 쏟아져
하수도관 막혀 침수 피해 키워…곳곳 범람·침수·토사 피해
구룡포 주택가 침수 아찔… 노인들 소방대원들 업혀 구조되기도
주민들 "바다 만조에 산 토사 하수관 막아 피해 키웠다"
경주에서도 제방 붕괴 및 주택 침수 등 피해 잇따라

24일 제12호 태풍
24일 제12호 태풍 '오마이스'가 몰고 온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주택과 상가에 해병대 장병들이 투입돼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iel.com
24일 새벽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저지대 침수지역에 갖힌 주민들을 소방대원들이 구조하고 있다. 포항남부소방서 제공.
24일 새벽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저지대 침수지역에 갖힌 주민들을 소방대원들이 구조하고 있다. 포항남부소방서 제공.

24일 경북 포항과 경주 등지에서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새벽 12호 태풍 '오마이스'가 동해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내린 비가 오전 9시를 전후해 잠시 그치는 듯 했지만, 서해상에서 다가오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형성된 비구름이 오후 4시까지 집중 호우를 퍼부었다.

이에 이날 오후 4시까지 포항 북구 죽장면에 179㎜가 퍼부어 자호천이 범람했다. 또한 북구 송라면 154.5㎜, 남구 장기면 144㎜, 구룡포읍 129.5㎜ 등 포항 지역 평균 평균 113㎜의 비가 쏟아졌다.

이날 비로 남구 구룡포읍 주택과 시장 상가가 침수됐고, 장기면 서촌천이 일시 범람해 도로가 일부 침수됐으며, 대화천 하류 및 금오뜰 100㏊가 물에 잠겼다. 이날 오후에도 집중 호우가 이어져 추가 조사가 진행되면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오전 11시 포항 남구 구룡포읍 저지대 지역은 한숨으로 가득했다.

밤새 허리춤까지 차오른 빗물에 냉장고며 밥솥 등 가전제품이 젖어 사용할 수 없게 돼버렸고, 장롱과 서랍장 등 살림살이도 같은 온통 비에 젖었다.

길목이나 도로는 흙밭이었다. 마을 뒤편 산 골짜기를 타고 흙과 돌이 폭포같은 빗물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일대를 뒤덮어 집이나 상가 등 비 피해를 입은 곳은 모두 흙탕물을 뒤집어썼다.

이곳 주민들은 막막한 얼굴로 집이나 상가 안에서 비에 젖은 물건들을 밖으로 빼내고, 흙으로 뒤덮인 바닥을 쓸어내는데 집중했다. 주민들 곁에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현장에 나온 해병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에 손을 보태고 있었다.

이들이 힘겹게 복구에 나서고 있는 와중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비 피해는 이날 새벽 1~3시에 집중됐다. 태풍은 이 시각 시간당 약 100㎜의 비를 퍼부었다. 더구나 만조까지 겹치면서 해안가 지역임에도 바다로 비가 빨리 흘러나가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산 골짜기에서 쏟아진 흙과 돌에 하수도관도 막혀 침수 피해를 키웠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미처 집에서 대피하지 못한 노인들은 소방대원 등에 업혀 위험 지역을 벗어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곳 주민 A(84) 씨는 "새벽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며 물이 차오르더니 집안으로 넘어와 손쓸 틈도 없이 당했다"며 "살림살이가 모두 물에 잠겨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포항시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주민 B(72) 씨는 "하수도관이 막히는 문제만 아니었다만 이렇게 침수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곳 하수관에 거름망도 없고, 청소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주민들을 위해 포항시가 해야 될 일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 만난 포항시 관계자는 "비가 그치는 대로 현장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경주 지역에서도 이날 집중호우로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외동읍 문산리 석계 소하천 제방 100m가 유실되는 등 도로와 제방 6곳이 일부 붕괴되거나 유실돼 3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감포읍 A모텔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 7대가 침수되고 주택 7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경주여중 지하차도와 유림 지하차도 등 도로 3곳이 침수돼 한때 교통이 통제됐다.

기상청 누리집 8월 24일 15시30분의 비구름 위성 사진. 비구름이 붉은 색에 가까게 표시될수록 많은 양의 비를 뿌린다. 기상청 누리집 캡쳐
기상청 누리집 8월 24일 15시30분의 비구름 위성 사진. 비구름이 붉은 색에 가까게 표시될수록 많은 양의 비를 뿌린다. 기상청 누리집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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