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2, 수업 골라 듣고 수능 그대로…고교학점제 혼란

입력 2021-08-24 17:10:16 수정 2021-08-24 22:00:16

2023년부터 단계적 도입…대입제도는 2028학년도 개편
학부모 "교육 실험대상" 불만…학생 "진로과목 도움될지 의문"
현재 교원 수로 다양한 수업 충족 시키기 어려워, 학교 시설 등 도·농 격차 클 것

대구 고3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매일신문DB
대구 고3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매일신문DB

오는 2023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앞당겨 시행한다는 소식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3일 교육부는 올해 중학교 2학년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3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게 된다. 애초 교육부는 2025년부터 전면 시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2023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적용시키기로 했다.

현재 대구에는 수성고, 상인고, 호산고, 대구고, 대진고가 연구학교로 지정돼 고교학점제 운영에 나서고 있다.

이에 고교학점제 첫 적용 대상인 현행 중학교 2학년생을 둔 부모들은 급변하는 교육 정책에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2023~2024년에는 고등학교 2~3학년 진로선택과목에만 절대평가를 적용하고 고1 때 배우는 주요 공통과목에는 현행 상대평가 방식을 유지해 내신성적을 산출한다. 게다가 대입제도 개편도 2028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하기로 하면서 입시와 학점제를 따로 챙겨야 하는 등 공부량이 가중되는 셈이다.

학부모 최모(48) 씨는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상대평가 방식이 유지되는 고1 때 내신 관리에 사력을 다해야한다. 또 절대평가로 인해 성적 변별력을 키우려면 수능 공부에도 더 신경을 써야하는데 결국 입시준비 따로, 수업준비 따로가 되는 셈"이라며 "고교학점제 적용은 받되 대입은 현행과 그대로 치러야하는 게 말이 되냐. 우리 아이가 마치 정부 교육정책의 실험대상이 된 것만 같다"고 했다.

학생들 역시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을 품는다. 관심있는 분야에 질 좋은 수업이 따라올 수 있는지 걱정인 데다 입시 제도가 변화하지 않는 한 여전히 성적을 위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애초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이유다.

중학생 윤모(15) 양은 "중학교 1학년 때에도 진로탐색을 하는 자유학기제가 있지만 다양한 진로체험교육이 없는 상태여서 크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고교학점제 역시 선택하는 진로 과목을 깊이 있게 배워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선택한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 중에 단지 수능 공부를 위해 온 경우가 많으면 수업 자체도 배움보다는 입시 위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관계자는 "현재 고등학교 교원 수로 다양한 수업 수요를 충족하긴 어렵다. 농촌의 경우 아예 과목 개설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원격수업을 진행하거나 외부 인력을 초빙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학교 수업 자체가 복잡해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학교 시설에 따른 수업 격차도 클 것"이라며 "도서관 등 활용 공간이 없으면 학생들은 수업이 비는 시간에 갈 곳이 없고 보호는 어떻게 할지 문제도 생긴다.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만큼 고교학점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