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관이 탈원전 반대 한수원 사장 교체 지시까지 했다니

입력 2021-08-24 05:00:00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교체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내용이 백 전 장관의 공소장에 적시됐다는 것이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임기가 보장된 공기업 사장 교체 지시 등 탈원전을 둘러싼 문 정부의 불법이 계속 드러나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2017년 8월 산업부 에너지자원실 과장단 회의에서 "한수원 이관섭 사장도 임기가 많이 남았지만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당시 이 사장은 취임한 지 1년도 채 안 됐고, 임기가 2년 3개월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이 사장이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영구 중단 추진 등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이 장관이 교체 지시를 한 이유라고 검찰은 공소장에서 밝혔다. 결국 이 사장은 임기를 1년 10개월이나 남겨둔 2018년 1월 물러났다. 백 전 장관의 한수원 사장 교체 지시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백 전 장관은 탈원전에 반대하는 인사를 분류토록 지시한 사실도 드러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에너지 공공기관에서 탈원전에 반대하는 인사 등 신정부 국정철학과 함께 갈 수 없는 인물 등에 해당하는지 분류하고, 문제가 있는 인사들을 퇴출시킬 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로 반복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시돼 있다. 탈원전 반대 인사 퇴출 지시가 드러남에 따라 제2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강행하지 않았다면 백 전 장관이 한수원 사장 교체 지시를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가동 중단 계획을 묻는 댓글이 없었다면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되지 않고, 계속 가동됐을 것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문 대통령도 책임 있는 말씀이 있어야 한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탈원전과 관련 대통령과 정부가 저지른 불법의 끝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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