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국의 무덤', 최후의 승자는 탈레반?

입력 2021-08-16 19:09:47 수정 2021-08-16 19:47:57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초기에는 미국인들의 울분을 시원하게 씻어주었지만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에 수치스런 패배를 안겨주고 20년 만에 끝났다. 이로써 아프가니스탄은 영국, 소련에 이어 미국을 물리치며 '제국의 무덤'에 또 하나의 승전 기록을 보탰다.

2002년 취재 차 들렀던 아프간은 중동 산유국처럼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나라는 아니다. 경제규모 면에서도 2018년 기준 1인당 GDP가 2천달러에 불과해 세계 169위를 기록하는 가난한 나라다. 그런데도 대제국들이 경쟁하듯 진입했다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쫓겨나듯 떠났다.

19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아프간은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의 각축장이 되어왔다. 영국령 인도를 지키려는 영국과 중앙아시아를 확보하려는 러시아제국은 그 완충지대인 아프간에서 충돌했다.

두 제국의 '그레이트 게임'의 승자는 영국에서 소련으로 이어졌지만 소련마저도 1989년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9·11 사태를 계기로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침공했던 미국도 씁쓸하게 퇴장했다. '제국의 무덤'임을 입증한 아프간에서 유일한 승자는 탈레반처럼 보인다.

탈레반은 이슬람 교리에 충실한 수행자라는 말로,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자들이다. 코란 원전에 충실하여 신정일체를 주장한다. 음주는 말할 것도 없다. 외모를 꾸미는 행위는 우상 숭배 행위를 유도할 수 있으므로 여성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려야 하고, 화장을 해서도 안 된다. 남성 역시 수염을 다듬어선 안 된다.(오사마 빈 라덴의 턱수염이 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구보다 인권을 중시한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세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성급하게 철수를 감행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떠나자 눈길은 자연스레 중국을 향한다. 아프간 북동부 와칸 회랑(Wakhan Corridor)에서 국경 80km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은 과연 '그레이트 게임'의 또 다른 플레이어가 될까.

중국몽을 향해 달리는 시진핑 정부에게 무슬림인 위구르족의 '준동' 가능성은 경계 대상이다. 게다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에까지 안보 위협이 확장되는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것을 모를리 없는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달에 사전 정지작업을 표면화했다. 탈레반 고위 관리가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만난 장면을 일찌감치 매체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미국이 남기고 간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레이트 게임에 중국이 올라탈 것인가? '제국의 무덤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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