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 받으면서 "유명 빵·쌀 아님 안 먹어"… 수십년간 봉사 중인 외국 신부님도 "이상하다"

입력 2021-08-13 21:58:06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캡쳐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캡쳐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24년째 운영 중인 이탈리아 출신 김하종 신부(본명 빈첸시오 보르도)가 무료 급식소를 이용하면서 무례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을 질책했다.

김하종 신부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이상하다…혹시 우리 안나의집 호텔 레스토랑처럼 메뉴판을 준비해야 되나?"라며 전과는 달라진 무료급식소의 풍경을 전했다.

김 신부는 "어제는 노숙인 분들에게 도시락과 다음날 아침으로 드실 빵도 드렸다"며 "그런데 한 할머니께서 빵 봉투를 받으시고 열어보시더니 '전 이런 빵 안 먹어요. 파리바게트 단팥빵 없을까요? 있으면 바꿔주세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어느 날은 어떤 할아버지가 도시락을 받아 간 뒤 다시 와 "신부님 이거 이천 쌀 아니죠? 이천 쌀 아니면 안 먹어요. 다음부터 이천 쌀로 밥해주세요"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불교 신자분들의 도움으로 올해부터 음식과 함께 물을 드리고 있는데 물을 받으시곤 "물이 너무 따뜻해! 다음부턴 시원하게 얼려서 줘!"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김 신부는 "이런 요구를 들을 때마다 많이 당황스럽다"며 "위에서 말한 것처럼 메뉴판을 준비해야 하나 싶을 정도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도시락, 간식, 후원 물품들은 당연하게 있는 것들이 아니다. 많은 분들의 후원 그리고 봉사자, 직원분들의 사랑과 노고가 있기에 있을 수 있다"며 "이 점을 알고 당연한 마음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캡쳐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캡쳐

한편, 올해 한국 나이로 65세인 김 신부는 34세이던 1990년 모국인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반평생을 이웃돕기에 헌신했다. 빈첸시오 보르도라는 원래 이름 대신 한국 이름 김하종으로 살기 시작했다. 한국 최초 천주교 신부이자 순교자였던 김대건 신부 성을 따랐고, 이름은 '하느님의 종'을 줄인 말이다.

1992년 부터 무료급식 등 불우이웃 돕기에 나서던 김 신부는 1998년 '안나의 집'을 열고 노숙인, 가출 청소년, 불우 아동 등 보호·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함께해 왔다.

김 신부의 글을 본 누리꾼들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줄 알아요", "퍼주기식 복지정책의 폐해","옛말에도 거지를 동정하지 말라 했다", "저런 분들 때문에 진짜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등 분노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외제차를 탄 모녀가 '안나의 집'을 찾아 무료 도시락을 받으려 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김 신부는 "어떻게 오셨냐. 좋은 차도 있고 따님도 있어 여기 오시면 안 된다. 도시락이 모자라다"며 이들을 막아섰지만 여성은 "이 분은 우리 어머니고, 여기 공짜밥 주는 곳 아니냐. 왜 막냐"면서 오히려 언성을 높였다고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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