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독과점 플랫폼 기업의 그늘

입력 2021-08-16 05:00:00

김교영 편집국 부국장
김교영 편집국 부국장

'플랫폼 의존형 삶'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 편리성에 일상이 녹아난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은 블랙홀이다. 국내 숙박 예약의 60%가 숙박앱에서 이뤄진다. 카카오T가 콜택시 시장의 80%를 점유했다.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얼마나 될까.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온라인 사이트 정보량으로 올 3~6월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자료가 있다. 1위 배달의민족(57.9%), 2위 요기요(19.8%), 3위 쿠팡이츠(17.9%). 3개 기업이 시장의 95.6%를 과점(寡占)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성장률은 놀랍다. 지난해 매출 1조95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95.2% 상승했다. 플랫폼 기업은 코로나19로 날개를 달았다. 자영업은 추락하고 있는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어떤가. 이 업체는 최근 택시 호출, 전기자전거 요금을 개편했다. 사실상 요금 인상이다. 전화 대리(전화 콜) 시장에도 진입했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지난 5일 카카오 규탄 기자회견에서 "2016년 이전까지 6천여 개이던 전화 콜 업체가 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입 후 절반이 사라졌다"고 호소했다.

플랫폼 기업의 급성장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수익 모델은 무엇일까. 규제 사각지대에서 '규제 차익'을 얻고 있지 않을까. 노동시장과 관련 업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플랫폼 기업의 성장은 노동자의 희생과 사회적 부담을 담보로 한 게 아닐까. 의문이 꼬리를 문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 비결은 '혁신'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놓친 게 있다. 경기 침체가 기회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비대면 시장 확대)까지 겹쳤다. 일자리 잃은 자영업자와 노동자를 헐값에 쓸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임시 계약 형태의 긱(gig) 노동과 자유계약직을 양산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배달 노동자를 자유계약자로 규정했다. 사회보험 등 기업 책임을 노동자 개인과 사회로 떠넘겼다. 불안정한 노동 형태는 늘고, 소득 불평등은 악화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전국 골목상권에서 번 돈은 수도권의 본사로 들어간다.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으로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부담은 늘고 있다. 연결 비용(수수료)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배달료는 음식값에 숨어 있거나, 따로 부담해야 한다.

자영업자들도 힘들다. 광고비, 중개수수료 등 없던 비용이 더 든다. 심지어 배달료를 부담하기도 한다. 물가 상승의 요인이다.

플랫폼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가 늘수록 효용과 효율이 증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영역 확장과 독점을 추구한다. 이는 여러 국가들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규제하려는 이유다. 지난 6월 미국 하원은 민주·공화당 의원 공동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반독점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국내에도 플랫폼 기업의 전횡(專橫)을 견제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리운전 중개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플랫폼 독점 기업에도 '금산분리 원칙'처럼 겸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플랫폼 기업이 삶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대구형 공공 배달앱 '대구로'가 시범 운영 중이다. 거대 자본과 네트워크를 갖춘 플랫폼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공공 가치가 사적 가치를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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