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대선 관리 중립성에 의문 던지는 정연주 기용

입력 2021-08-11 05:00:00

KBS 사장 재임 시 편파 방송으로 큰 논란을 빚었던 정연주 씨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에 선임됐다. 이로써 앞으로 방송 언론은 방심위의 '편파적' 통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KBS 내·외부를 가리지 않는다. KBS 노조는 지난 1월 "한쪽 정파의 시각만 대변해 왔고, 반대편 시각의 언론에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자가 방심위원장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KBS 사장 재임 때도 같은 비판이 나왔다. KBS 내부 발전협의회가 "지난 어느 정권 때보다 더욱 철저한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하루 10시간 이상 탄핵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면서 탄핵 반대와 찬성 인터뷰 비율을 3대 1로 내보내는 등 임기 내내 정권을 편들었으니 당연했다.

정 위원장의 발탁은 바로 이런 '편파성'을 높이 산 때문일 것이다. 그 의도는 내년 대선을 겨냥한 방송 장악으로 보인다. 즉 과거 KBS 사장 때처럼 여론의 비판에 신경 쓰지 말고 방송사의 생사도 결정할 수 있는 방심위의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과 보도에 재갈을 물리려는 속셈이 묻어난다. 그게 아니면 쏟아지는 비판을 무릅쓰고 굳이 '편파적'인 인사를 기용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정 위원장의 기용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에다 친문 핵심이라는 사실과 맞물려 내년 대선 관리의 중립성에 큰 의문을 던지고 있다.

행안부는 선거 주무 부처이다. 법무부도 외청인 검찰이 선거사범을 수사한다. 이 때문에 두 부처의 장관은 철저히 중립적인 인사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두 장관은 부적격이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 교체를 요구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귀를 닫고 있다. 정 위원장의 기용 의도는 이와 연관시켜 봐야 한다. 정 위원장이 방송 언론을 장악한 상태에서 두 장관을 교체하지 않고 내년 대선까지 유임시켜 '선거를 의도한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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