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삶을 위한 ‘최소한의 동선’

입력 2021-08-10 14:47:36 수정 2021-08-10 18:49:32

김지수 사회부 기자

김지수 사회부 기자
김지수 사회부 기자

지난달 코로나19 4차 대유행 확산세가 대구를 덮칠 당시 확진자 동선이 보도되기만 하면 기사에는 비난의 댓글들이 줄지어 달렸다. '이 시국에 유흥시설 방문이 웬 말이냐'부터 '노래방‧PC방을 왜 갔나' '누구는 외출하지 못해 안 하나' '휴가는 왜 타지로 갔나' '굳이 밖에서 밥을 먹었어야 했나' 등 확진자의 일상 속 일거수일투족은 손가락질당하기 십상이었다.

그중 유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서 회자되며 엇갈린 반응을 보인 사례가 있다. 다중이용시설과 술집에서 '투잡'을 뛴 20대 확진자들이다. 한 20대는 낮 시간 동안 카페에서 일하며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또 다른 20대 사회복무요원은 복지관에서 일을 하며 금전적인 대가 없이 지인의 술집에서 일을 도왔다. 당시 동성로 일대 술집에서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었고, 유흥업소발 집단감염이 지역사회를 덮쳤던 때였다. 일각에서는 카페, 복지관 등 불특정 다수가 다녀가는 곳에서 일하면서도 술집을 드나든 이들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눈길을 끈 건 '열심히 일하려는 20대 청년들을 매도한다'며 이를 보도한 언론을 향한 비판이었다.

익숙한 패턴이었다. 지난 4월 달서구 한 키즈카페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한쪽에서는 '이 시국에 어린아이들을 위험한 키즈카페에 데려가는 개념 없는 부모'라며 손가락질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실내생활에 지친 부모들을 마냥 비난만 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감염병과의 사투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시점에서 외출을 자제하는 것만이 정답인지, 일상을 위해 최소한의 외출은 불가피한 것인지를 놓고 벌어진 공방이었다.

이런 엇갈린 반응들은 유흥시설 이용자를 향한 비판 일색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키즈카페 이용자와 유흥업소 아르바이트생, 타지로 원정 유흥을 다니며 하룻밤에만 여러 업소를 드나드는 이용자 간에 다른 점이 있다면 생계가 달려 있는지 여부였을 것이다. 전자는 생계와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면 후자는 안 해도 되는 취미 생활을 하다 집단감염 빌미가 됐다.

금세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 사태는 일상의 밑바탕으로 자리 잡았고, 각자가 저마다의 방법으로 새로운 지형에 적응해 살아간다. 일자리를 잃은 아르바이트생들은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뛸 수밖에 없고, 2년 가까이 이어지는 실내생활에 지친 부모와 아이들은 동네 키즈카페를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많은 일상을 포기하고 산다. 다만 삶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지점들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휴가철이 되자 유독 검사를 지체했다가 접촉자 범위를 키우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최소한의 사회 활동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은 우리를 움츠러들게 할 뿐이다. 마녀사냥이 두려워 동선을 숨기고, 검사를 지체하게 된다면 방역에 장애물이 될 뿐이다.

이제 코로나19라는 변화한 지형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닥쳐오고, 백신 접종으로도 막을 수 없는 돌파 감염까지 이어지며 일상은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 어차피 바뀐 지형에 발을 딛고 살아가야 한다면 서로를 향한 비난 대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투잡 뛰는 대학생의 모습도, 대가 없이 일하며 인맥이라도 쌓으려는 사회복무요원의 모습도 코로나19라는 뒤틀린 지형에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한 발버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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