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기본소득제 도입의 전제 조건

입력 2021-08-10 09:48:34 수정 2021-08-10 18:48:36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빅데이터센터장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빅데이터센터장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빅데이터센터장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하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기본소득 쟁점이 최근 대선 후보자의 기본소득 공약 발표로 또다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가구가 아니라 개인에게, 현재 소득이나 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어디에 쓰든, 어떤 조건도 달지 않으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해서 지급하는 소득 개념이다.

즉 개인 단위, 정기적, 보편성, 무조건성, 충분성, 현금 지급의 여섯 가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일하지 않아도 받는다는 것이 특성이다.

기본소득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사회보장 원리와 상충돼 보조적으로 활용되거나,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가 우선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반대 주장이 있는가 하면, 기본소득에 대한 찬성론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보험은 1880년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도입한 것으로 산재보험, 의료보험, 노령연금 등이 대표적이며, 자본주의 근간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기술 진보로 앞으로 노동 없는 미래가 도래하면 일자리가 소멸할 것이고, 증가하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기본소득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견해이다.

반대론은 재원을 증세로 조달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와 모든 국민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정책의 효과성이 없기 때문에 불평등과 빈곤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에 한정한 사회보장급여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역이 기본소득제 도입과 관련해 고려할 점은 무엇일까.

첫째, 전 국민에 대해 일정 금액을 기본소득으로 지원할 경우 그 경제적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 소득분위가 낮은 계층인 주민에 대한 기본소득 지원 대책의 효과도 확인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에 따른 정책 실효성과 '재분배 역설'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소득 하위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이 보다 효율적일 수도 있다.

둘째,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사회복지급여나 제도 및 고령화로 증가가 예상되는 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체계(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와 연계된 기본소득제 시행을 검토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를 채택하는 국가는 없다. 전 국민 대상 국민기본소득제의 즉각적인 시행은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시 일시적 재난 소득 지원 정책으로만 적용이 가능하다. '복지제도 구조조정을 통한 기본소득'의 도입 혹은 '복지 확대를 위한 기본소득' 개념에 대한 집중적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지역형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논의 진행과 계획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정부의 사회보장제도 변화에 대비한 지역 단위 사회보장 틈새에 적용 가능한 대구경북형 기본소득제 방안이다. 이 또한 사회보장기본법에 근거를 두지만 지역 조례에 근거한 사회보장 체계에서 지역형 복지 기준선 마련과 연계된다. 지역 사회복지위원회를 활용하거나, (가칭)기본소득위원회를 구성해 기본소득제의 가능성과 범주 및 시행 방식과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지원 시나리오별 효과 검증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진행 중이다. 보편적 사회보장 원리가 작동하기 어려울 경우 한시적으로 기본소득제의 대안 검토는 필요하다. 먼저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재원 마련이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 산업구조 변화(탄소세), 부동산 불평등 방지(토지세), 로봇의 일자리 대체로 인한 일자리 구조 변화(로봇세)와 같은 세원 조정과 확보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부조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것인지, 사회 및 자연 재난 발생 시 전 국민에게 지원하는 기본소득제를 따로 도입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는 국민의 주권 의식과 정부의 시행 의지 문제이다. 모든 요건을 충족하는 완전한 의미의 기본소득제는 아니더라도 변화의 시대에 완화된 요건의 '유사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

기존 복지제도의 보완 장치로서 또는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 시에 일시적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보조 장치로서 제도 시행이 근간이 될 것이고, 필요에 따라 완전한 의미의 기본소득제를 확충하는 논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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