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집 환경은 아동 신체건강, 심리정서, 학업성취에 영향
곰팡이 냄새와 탁한 공기로 두통 유발, 과밀 공간 성추행 피해 커
책상 없어 집에서 학습 진행 어려워, 어두운 주택가로 범죄 노출 위험
인간생활의 3대 기본요소인 의식주 중 '집'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집은 가족 간 상호작용을 배우고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기본적인 울타리가 된다. 아동에게 집은 성장발달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곳이다. 하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은 아동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발달을 저해한다.
8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대구 주거빈곤 아동 14가구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대구시 아동주거빈곤의 실태와 정책 제언'에 따르면 열악한 집 환경은 신체건강과 심리정서, 학업성취, 안전 등 아동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가족 구성원 수에 비해 턱없이 좁고, 가전제품 등 살람살이로 제대로 쉴 수 없는 공간에서 아동들은 질환 발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환기가 어려워 벽에 낀 곰팡이 냄새와 탁한 공기로 두통이 자주 발생하거나, 바퀴벌레와 모기 등 벌레 유입이 늘면서 피부병 등이 생긴다.
창고처럼 쓰이는 방, 이성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좁은 집은 심리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과밀 공간 탓에 신체 접촉이 잦게 되면서 아동의 신체학대나 성추행 피해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또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마찰을 빚게 되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갈등이 발생하고, 친구를 집에 데려 오기 부끄러워 교우관계도 위축된다.
학습 공간이 부족한 집일수록 아동의 학업 부진도 발생한다. 아동을 위한 책상이 없거나 개인 공간이 부족해 학습을 이어가기 위한 환경 조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심층면접을 진행한 한 아동 A(13) 군은 "집에서는 공부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다. 잠은 가족과 함께 자도 괜찮지만 공부나 게임 등은 내 방에서 하고 싶다. 그런데 내 방이 없으니 아예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옥희 영남대 생활과학대학 가족주거학과 교수는 "열악한 주거환경 속 아동은 자신의 공간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방식을 배우지 못한다"며 "이렇게 본인 영역을 관리하는 훈련이 되지 않아 타인으로부터 영역을 침해당했을 때 대처를 못하거나, 반대로 자기가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해한 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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