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학자 노스코트 파킨슨(1909~1993)은 2차 대전 당시 영국 해군에서 근무하던 중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의 주력 함정 수는 1914년 62척에서 1928년 20척으로 67.7% 줄었는데 같은 기간 해군 본부 장교들은 2천 명에서 3천569명으로 78.4%나 늘었다. 식민성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식민지들이 잇따라 독립하면서 존재 이유를 상실해 가고 있었으나 직원 수는 1935년 372명에서 1954년 1천661명으로 무려 4.4배가 늘었다.
파킨슨은 이런 사실을 "공무원 수는 실제 해야 할 일과 무관하게 증가하고, 세금을 올릴 수 있는 한 공무원 수는 무한정 늘어난다"는 명제로 정리한 논문을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1955년 11월 19일 자에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고, 내용을 더 보강해 1958년 같은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여기서 파킨슨은 두 가지 공리를 제시한다. 첫째가 "관리는 경쟁자들이 아니라 부하를 늘리기를 바란다"이고, 둘째는 "관리들은 서로에게 일거리를 만들어준다"이다. 그래서 공무원 조직은 비대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공통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992년 8월 8일 자 '파킨슨의 법칙, 속편'에서 그 증거를 제시했다. 1992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제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많아졌으며, 1980년에서 1991년 사이 미군 병력은 3.5% 줄었으나 장교 수는 7% 늘었고, 1965~1985년 미국의 학생 수는 8% 감소했으나 교사가 아닌 학교 행정요원은 102% 늘었다.
중앙정부 51개 부처에서 내년도 공무원 정원을 2만5천여 명 늘려 달라고 행정안전부에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유도 가지가지다. '부동산 관련 세법이 복잡해져서'(기획재정부), '북한 관련 자료가 늘어서'(통일부), '탄소중립기술정책 마련과 대응을 위해'(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ILO(국제노동기구)와 협약으로 노동관계법이 바뀌어'(교육부) 등등.
업무가 늘어나 기존 조직으로는 처리가 벅차다는 것인데 정말 그런지는 의문이다. 공무원 조직의 DNA는 '닥치고' 비대화이다. 공무원 증원 이유를 꾸며내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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