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경북문화재단 대표(전 산업자원부 장관)
최근 우리나라는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스콜 같은 비가 내리더니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7월 중순 중국 쓰촨성에는 대홍수로 72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남부에서 두 달에 걸친 집중호우로 5천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고 싼샤댐이 붕괴하기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 6월 말 캐나다 북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는 기온이 49.6℃를 기록하며 최소 233명이 사망했다.
작년 9월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덮친 후 하루 만에 폭설과 함께 기온도 영하 2.2도로 떨어졌다. 일본은 작년 8월 초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70여 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월 인공섬과 마천루로 유명한 두바이에 폭우가 내리고 지중해 연안의 카이로에는 함박눈이 쏟아졌다.
지구가 이상해졌다. 수년 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 100년간 지구 온도가 섭씨 0.74도 올랐고 해수면은 연평균 3.1㎜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무렵 미국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는 이산화탄소(CO2)가 증가하면서 북극 빙하를 10년 주기로 9%씩 녹여 20년 내 전 세계 대도시의 40%가 물에 잠기고 네덜란드는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앨 고어와 IPCC가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지구온난화 문제는 세계적 이슈로 부상했다.
인구 40만 명, 서울의 절반 크기인 인도양의 도서국가 몰디브의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은 2009년 10월 바닷속에서 각료회의를 개최하고 전 세계에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남태평양의 9개 섬으로 구성된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미 2개 섬이 침수됐고, 50년 후에는 전 국토가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UN은 1972년 환경회의를 열고 환경파괴와 환경보호 등 109개 항의 권고를 채택했다. 1992년에는 리우에서 192개국이 참가하는 기후정상회의를 열고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1997년에는 교토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평균 5.2%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교토의정서는 미국과 유럽 등 38개국이 참가했으나 2001년 미국이 탈퇴하고,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빛을 잃었다.
선진국과 개도국은 서로의 책임을 주장하면서 평행을 이뤘으나 2015년 파리에서 195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2030년까지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고 각국은 5년마다 탄소 감축 상황을 보고키로 합의했다. 2017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협약을 탈퇴하면서 기후 문제는 또다시 공전했으나 금년 들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업무로 파리협약에 재가입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는 뜨거운 이슈가 됐다.
유럽연합은 유럽기후법을 제정하고 탄소국경세를 도입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청정에너지 및 인프라에 2조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 도달 행동 방안을 제정하고 화석에너지 총량을 규제하기로 했다.
이제 기후 문제는 기업들에 위기이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억 달러의 기후혁신펀드를 만들어 2030년까지 탄소흡수량이 배출량을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은 배송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해 204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0를 달성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30% 감축을 선언한 데 이어 2020년에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4.4%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 0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석탄발전소 신규 허가를 금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현재의 7%에서 2030년까지 20%로 늘리는 '신재생에너지 3020계획'을 발표했다.
바야흐로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은 이익 창출이나 사회적 책임을 넘어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ESG 경영'으로 바뀌고 있다. 에너지 수입 세계 4위, 에너지 소비 세계 8위,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9위인 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동참하는 것은 정부는 물론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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