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폐기할 수 있는 용기

입력 2021-07-20 13:40:26 수정 2021-07-20 16:29:38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의 주요 이슈였던 재건축조합원의 2년 실거주 요건 법안이 최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백지화됐다.

입주권을 얻기 위해 소유자는 살고 있는 세입자를 쫓아내야 하고, 때로는 웃돈을 얹어 주면서 퇴거를 사정해야 하는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결과다. 전월세 물량 품귀에 전세가격 급등으로 이어졌고, 정책 발표 1년 만에 결국 폐기에 이르렀다.

앞서 국민을 위한다는 부동산 정책이 26차례 발표됐지만 왜 이렇게 많이 발표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해명은 없다. 실패한 정책이기에 지속적으로 추가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 정부는 올해 2·4 공급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수요·공급의 불일치에 따른 가격 상승은 수요 억제 대책만으로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지만, 최근까지도 정부는 '공급은 충분하다는 논조'를 유지해 왔다. 2·4 대책을 통해서야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았지만 공급은 빵처럼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왜곡된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2·4 공급 확대 정책과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 백지화 외에도 부동산 정책 변경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살펴야 한다.

첫째, 임대차 3법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 임대차 기간을 2+2년으로 4년 보장하면서 임차료의 급격한 상승과 월세 전환 증가, 커지는 가계 부담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전세가격은 급등했다. 월세 전환 증가는 임차인 보호라는 미명 아래 임대인 이익을 더 증대시키는 모순을 초래했다.

둘째, 서울·수도권의 전매 제한 금지와 전월세 금지법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 서울의 아파트 공급은 지극히 부족한데, 분양가 상한제로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아파트가 나오면서 로또 청약을 양산했다.

로또 청약 당첨자는 수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누리지만, 최대 10년까지 전매가 금지된다. 올해 2월부터는 전·월세 금지법을 만들어 입주 후 최대 5년까지 자가 입주를 해야 하므로,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 따라서 새 아파트 공급은 분양만 되면 그대로 잠기고, 분양 물건은 거래가 되지 않으니, 다시 집값이 오른다. 당첨된 부유한 무주택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집값 올리는 대책이 아니고 무엇인가?

셋째,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는 40~50%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소득이 낮으면 대출이 줄어들고, 할부금 대출까지 포함한 상환 능력을 따져 대출 비율을 더욱 줄이는 게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다.

기성세대들은 부동산·주택으로 상당한 부를 이루었다. 무주택자와 1주택 보유자가 처분 조건부로 구매하는 것까지 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 듣기 좋은 말로는 '형편에 맞게 사세요'이지만, 따지고 보면 소득이 적으면 좋은 집 살지 말란 정책으로 들린다.

넷째, 청약제도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 아파트 청약은 특별공급과 가점제, 추첨제로 나뉜다. 그런데 현 정부는 1주택자의 당첨 기회를 박탈해 버렸다. 1주택 처분 조건부가 있지만 당첨 확률은 거의 없다. 오래된 주택에 사는 1주택자가 새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당첨자의 분양권을 높은 프리미엄을 얹어서 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다섯째, 중과세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 수요를 억제하는 세금 정책의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세금을 중과하면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증가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 판단했지만 주택가격 급등으로 오히려 팔면 손해인 상황을 만들었다. 집값도 상승해 과거 1% 부담하던 취득세는 9억 원 이상은 3%가 되어 있다. 거래세는 완화하고, 보유세는 유지하며, 양도세 중과는 폐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이 26차례 발표됐지만, 집값은 더 올랐고 국민의 주거 불안은 최악이다. 부동산은 정치의 시험 무대나 여야 힘겨루기가 아니다. 국민의 주거복지와 삶이 나빠졌다면 잘못된 정책은 비난받더라도 폐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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