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정답 없는 삶의 나침반

입력 2021-07-17 06:30:00

개인주의자 선언(문유석 글 / 문학동네 / 2015년)

하늘을 날다-손인선
하늘을 날다-손인선

개인주의자는 '개인주의를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이고, 개인주의는 '경제 활동에 있어서 자유방임을 주장하고 국가의 간섭이나 통제 따위를 배제하는 사고방식', '사회의 모든 제도에 있어서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개인주의자 선언'을 쓴 문유석 판사는 소년 시절부터 간섭 없이 자신의 일을 창의적으로 하며 기쁨을 느끼고 싶어 했다. 또한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소수의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며 가끔 자신만의 시간을 갖길 원했다.

"집단 내에서의 서열, 타인과의 비교가 행복의 기준인 사회에서는 개인은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예가 되어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사다리 위로 한 칸이라도 더 올라가려고 아등바등 매달려 있다가 때가 되면 무덤으로 떨어질 뿐이다. 행복의 주어가 잘못 쓰여 있는 사회의 비극이다."(22쪽)

행복지수는 학력이나 돈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저자는 북미나 유럽 국가들이 행복감이 높은 이유는 소득보다 개인주의적 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넘치는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다양한 재능, 그리고 관심에 대한 존중이 그것이다.

"좋은 단편을 찾아 읽는 것은 쇠약해진 '문학 근육' 단련에 좋은 듯하다. 문학적 감수성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법관에게는 더더욱 필요하다. (중략) 문학은 겉으로 드러난 세계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숨기고 싶은 속내 깊숙한 곳을 파헤쳐 보여주곤 한다."(154쪽)

지금 시대를 융복합의 시대라고들 한다. 예전에는 '하나만 잘하면 되지'라는 말을 잘 했지만 지금은 여러 분야에서 잘하는 사람을 요구한다.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과 관련된 분야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융합해 발전시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의 사고는 그만큼 유연하다. 간접경험이 사람을 더 융통성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간은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되었을 때 자신의 처지에 만족한다고 답한다. 일본이 지금보다 더 심각한 격차사회, 계급사회가 되면 역설적으로 행복지수 자체는 올라갈 수도 있다. 일본 젊은이들은 고도 성장기의 버블이 다 꺼진 지금,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현실에 만족하고 있다는 얘기다."(117쪽)

보통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주역' 등의 이야기로 젊은이를 이야기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 또한 일본과 다르지 않다. '3포 세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 지가 한참 됐다. '집, 결혼, 아이'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모범답안은 세상에 없지만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하나하나 실용적으로 찾아가며 앞서가는 나라들의 장점이나 경험을 부분적으로 참고하다 보면 더디더라도 분명히 내일은 오늘보다 낫게 만들 수 있다는 담대한 낙관주의를 가지고 접근하자고 한다.

저자가 개인주의자의 눈으로 본 세상이라고 말한 '개인주의자 선언'은 서로 간에 대화와 타협으로 이 세상을 좀 더 사람 사는 세상처럼 만들어 가기 위한 필독서다. 정답이 없는 삶에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손인선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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