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지자체장의 헛발질

입력 2021-07-13 05:00:00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축구 경기에서 나오는 최악의 실책은 자책골이다. 이 가운데 압권은 골키퍼의 헛발질이다. 자주 나오는 모습은 아니지만, 골키퍼의 헛발질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전국 지자체장은 시·도·구·군을 이끄는 선장이기도 하지만 결재선상의 꼭지에 있는 골키퍼 역할도 한다. 그런데 지자체장이 표를 의식하는 선거직이다 보니 정치적인 행위로 정책이 결정되는 폐단이 나온다. 실무자에서 부단체장까지 결재한 사업안이 정치적 판단으로 단체장에 의해 뭉개질 때가 있다. 거꾸로 단체장 지시로 불합리하거나 편파적인 사업이 시행되는 것은 허다하다.

대구·경북을 보자. 경상북도는 일선 시·군에 의해 한 번 걸러지는 이중 장치로 도지사가 헛발질할 확률이 낮은 편이다. 얼굴마담 역할만 잘하면 '공'은 빛나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빚어지는 '과'는 시·군 단체장에게 돌아가기에 전국의 도지사들은 3선 12년의 임기를 대부분 채운다. 경북에서 이의근, 김관용 도지사가 그랬다.

하지만 대구시는 다르다. 대구시장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기에 시민들은 철저하게 견제를 한다. 민선 도입 후 3선을 역임한 대구시장은 없다.

내년 3선 도전을 앞둔 권영진 대구시장이 헛발질을 많이 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낙동강 상수원 이전 문제는 그의 치적으로 보이지만 다수 시민은 편리한 도심 공항을 버렸고, 좀 더 나은 물을 얻으려다 1급수 운문댐 물을 잃을 판이 됐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경산시가 아닌 군위군의 대구 편입도 성에 차지 않는다.

'이건희 미술관'은 결과론적이지만, 여론몰이할 이슈가 아니다. 전국 지자체를 뒤덮은 현수막을 보고도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을 지을 정부는 없을 것이다. '포스트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로 추진하는 '2038 광주·대구아시안게임'도 대구의 역량을 깎아내리는 일이다. 27년 만에 다시 여는 대규모 스포츠 대회를 단독으로 유치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여느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권 시장은 선거 후 보은 인사에 충실했는데,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 개인이 아닌 대구시의 미래를 위해서다. 작은 권력을 맛본 함량 미달의 보은 인사들이 자리 보전에 목숨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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