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인 이맘 때가 되면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바로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이 작곡한 제45번 교향곡 '고별'이다. 이 곡에는 휴가를 간절히 원하는 단원들의 마음과 후원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하이든의 유머와 위트가 잘 녹아 있다.
하이든이 이 작품을 만든 1772년 당시만 해도 음악가의 뒤에는 후원자가 있었는데, 그에게도 에스테르하지라는 후작이 있었다. 음악을 좋아했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은 매년 여름이면 여름 궁전으로 악장인 하이든과 단원들을 데리고 피서를 갔다. 이 음악 마니아는 매일 손님을 초대해 음악회를 열었기 때문에 단원들은 가족들을 만나러 갈 수 없었다. 그해 여름, 단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왜냐하면 후작이 별궁에 머무는 기간이 2개월이나 연장됐기 때문이었다.
하이든이 나섰다. 하이든은 단원들의 마음을 후작에게 부드럽게 전달하는 묘책을 생각한 끝에 교향곡 한 곡을 썼다. 그 작품이 바로 제45번 교향곡 '고별'이다. 경쾌하고 생동감 있게 시작하는 1악장과 느린 2악장, 춤곡인 3악장, 이어 4악장에서 하이든은 회심의 위트 있는 작곡 능력을 발휘한다.
제4악장은 힘차게 출발해 평온하게 마무리된다. 그리고 오보에, 호른, 바순, 콘트라베이스 등의 연주가들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다. 무대 위에는 연주가가 앉았던 빈 의자와 악기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마침내 바이올린 연주가 두 명만 남아 연주를 조용히 마무리하면서 보면대(악보를 펼쳐놓고 보는 대) 옆에 있던 촛불까지 껐다. 후작은 이 곡을 감상한 후 하이든의 뜻을 알아차리고 단원들에게 장기 휴가를 주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때처럼 퍼포먼스를 하지 않는다.
이 곡을 가장 재미있게 연주한 것은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2009년 신년음악회다. 빈 필의 신년음악회는 주로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왈츠, 폴카 등을 연주하는데, 그 해 2009년은 하이든 서거 200주년의 해였기 때문에 빈 필 최초로 하이든의 곡을 연주했다. 하이든의 작품 가운데 빈 필과 바렌보임이 선택한 곡은 바로 '고별교향곡'이었다.
덥다. 휴식이 필요하다. 쉼 없는 질주로 지금 몹시 지쳐 있다면 하이든의 제45번 교향곡을 한 번 들어보자.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떠나, 비워보면 새로운 것이 얻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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