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에 "음식 상할라"…노인복지관 '워킹스루 도시락' 배급 고심

입력 2021-07-11 17:25:48 수정 2021-07-11 20:06:11

백신 2차 접종한 어르신 대상, 식당 운영 재개 방안 고려 중
기저질환자·1차 접종자 불만…市 "집단감염 막는 게 더 중요"

지난해 대구 북구 복현동 대불노인복지관
지난해 대구 북구 복현동 대불노인복지관 '워킹스루 경로식당'에서 어르신들이 점심 도시락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매일신문DB

어르신들의 점심 끼니 해결을 두고 노인복지관이 고심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식당 운영을 못하게 되면서 '워킹스루'로 도시락 배급을 해왔지만 여름철 식중독 문제가 우려돼 도시락 배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 대다수 노인복지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로 식당 운영을 못하게 되자 끼니를 거르는 복지관 어르신들을 위해 워킹스루로 도시락 배부를 시작했다. 그동안 어르신들은 도시락을 가져가 집에서 식사를 하거나 인근 벤치나 쉼터에 앉아 끼니를 해결해왔다.

하지만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워킹스루 도시락 배급에 차질이 생겼다. 높은 기온 탓에 음식이 상하기 쉽다보니 식중독 위험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노인복지관들은 도시락 배급을 중단하고 식당 운영을 재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큰 데다 이용자 범위를 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되면서 노인복지관 식당 이용은 2차 접종까지 맞은 어르신만 가능하다. 하지만 기저질환으로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뿐더러 백신에 따라 2차 접종까지 걸리는 기간이 달라 이용 대상자 구분을 짓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복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구 북구의 한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2차 접종자만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업무 편의상으로는 좋지만 대상자를 확실하게 구분을 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대부분 어르신들이 2차 접종까지 끝내긴 했지만 질환으로 맞지 못한 분들도 있고 이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며 "워킹스루를 계속 유지하는 게 좋을지, 식당을 운영하는 게 나을지 등 운영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식중독 우려에도 워킹스루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아예 식당 운영이나 워킹스루를 모두 운영하지 않겠다는 복지관도 더러 생기면서 어르신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대구 남구 대덕노인종합복지관에 다니는 A(74) 씨는 "10년 동안 이용했는데 코로나19로 문을 닫아서 한동안 이용을 못했다. 당뇨가 심해서 백신을 맞지 못했는데 2차 접종자에 한해서만 식당 이용이 가능하면 서글플 것 같다"며 "어쩔 수 없이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건데, 나 같은 사람도 챙겨줄 대책도 좀 세워달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식당 이용에 소외되는 분들이 있지만 현재로선 보건복지부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니 접종을 하지 않는 분들도 함께 식사를 하기엔 위험이 크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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