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갑질 논란'놓고 담당 서울대 교수"피해자코스프레 역겹네"

입력 2021-07-10 18:12:39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학교가 교내 청소노동자들에게 직무와 관련 없는 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서울대 학생처장이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 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것이 역겹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가 삭제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대 학생처장인 구민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마디 하겠다. 이 또한 어떤 분들께는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지금 너무 일방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서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언론에 마구잡이로 유통되고 소비되고 있는 '악독한 특정 관리자' 얘기는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구 교수는 "고인은 16여명의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 소속 청소노동자분들 중에서 가장 우수하고 성실한 분들 중 한 분이셨고 또 종교적으로도 신실한 분이셨다고 한다"며 "생전 문제의 그 업무필기 시험에서도 1등을 하셨고, '드레스 코드' 조치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어 "(문제의 필기시험은) 직무교육 과정에서 2차례 이뤄졌는데 일부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있어 더 이상 시행하지 않았다"며 "지속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한 갑질 코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7일 서울대학교에서
7일 서울대학교에서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은 고인이 근무하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 내 휴게실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대가 청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건물 이름을 한자와 영어로 써보라고 시킨 것과 관련해서 구 교수는 "관악사에 1천300여명의 외국인 학생이 상주한다"며 "처음 찾은 외국인들이 현재 자기가 있는 곳이 관악학생생활관이 맞는지 메모 또는 휴대전화 메시지로 묻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정확한 응대를 하지 못해 당혹감이나 창피를 느꼈다는 사례가 많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관리팀장 입장에서는 현장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관악학생생활관의 영어, 한자 명칭만큼은 알 수 있도록 직무교육에 포함시켰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교수는 "다들 눈에 뭐가 쓰이면 세상이 다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만 보인다지만, 정말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 자괴감이 든다"면서 "언론과 정치권과 노조의 눈치만 봐야 한다는 사실에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모욕감을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여성 이모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가 이 씨에게 군대식으로 업무 지시를 내렸고 이 씨는 최근 노동 강도가 심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며 "서울대의 갑질이 이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고 규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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