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기범을 이례적으로 특별사면한 경위 낱낱이 수사해야

입력 2021-07-08 05:00:00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경찰 간부, 정치권 및 언론계 인사 등에게 금품 로비를 한 수산업자 김모 씨의 특별사면에 대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그 사람의 죄명, 전과, 복역률, 형집행률, 당시 특별사면 규모 등에 비춰 하등 문제가 없었다"며 "장담한다"고 했다.

김 씨는 2016년 1억 원대 사기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 1년 7개월 만인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의 특별사면을 두고 국민의힘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미심쩍은 구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6천444명을 사면하면서 "형사 처벌이나 행정 제재로 생계에 애로를 겪는 서민 부담을 더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처럼 피해자가 분명히 있는 데다 장기간 도피하며 변제를 하지 않는 등 죄질이 나쁜 경우엔 사면이 안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고 피해 회복이 되지 않은 경우엔 가석방조차 잘 안 해준다. 김 씨가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경위에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김 씨는 범죄와 단절하기는커녕 풀려난 지 6개월 뒤부터 사기에 나섰다. 1억 원대 사기를 벌여 교도소에 갔던 범죄자가 특별사면으로 출소해 116억 원대 사기를 저질렀다. 결과적으로 특별사면이 된 김 씨로 인해 더 많은 사기 피해자들이 양산된 것이다.

청와대도 "김 씨의 형집행률이 81%로 사면 기준에 부합했다"며 "청와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과 청와대는 사면 기준을 들먹였지만 피해자에게 합의금도 제대로 주지 않은 사기범을 특별사면한 것은 부적절했다. 박 장관과 청와대 주장에 수긍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기범을 이례적으로 특별사면한 사안을 어물쩍 넘겨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 제기된 '청와대 개입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김 씨의 특별사면 경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권이 대폭 확대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적극 수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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