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도리도리 몸짓 정치

입력 2021-07-07 05:00:00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사람은 긍정(Yes)의 의사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고, 부정(No)의 의미로 얼굴을 좌우로 돌린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런 몸짓 언어는 어떻게 만국 공통어가 됐을까.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젖먹이 아기의 행동이 고갯짓 몸짓 언어의 원형(原型)이 됐다는 설이다. 젖이 먹고 싶지 않은 아기는 얼굴을 돌려 엄마의 젖꼭지를 밀어낸다. 도리도리는 그렇게 부정의 몸짓이 됐다. 도리도리와 완연히 구별되는 행동인 끄덕끄덕은 자연스럽게 긍정의 몸짓 언어로 자리를 잡았다.

예외는 있다. 불가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고갯짓의 뜻이 정반대다. 이 나라 사람들은 '아니오'라고 할 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고 '그렇다'라고 할 때에 얼굴을 좌우로 흔든다. 불가리아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이 때문에 현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혼란을 겪는다고 한다.

불가리아에서 고갯짓 의미가 반대인 이유에는 다음과 같은 설이 있다. 오스만 제국이 쳐들어왔을 때 동방정교도인 불가리아인들은 개종을 거부하면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칼날에 목을 내놓았다. 이때부터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이 거부의 의사 표시가 됐다는 설이다. 불가리아 군인들이 오스만 군인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고갯짓을 반대로 바꿨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갯짓이 세간의 화제를 낳았다. 대권 선언을 하는 회견장에서 윤 전 총장이 740차례 얼굴을 좌우로 돌렸다는 보도도 있었고 '도리도리'는 한때 포털 인기 검색어로 올랐다. 그가 부정의 의사 표시로 도리도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연신 고개를 좌우로 돌린 것은 몸에 밴 습관인 듯하다. 하지만 도리도리 행동의 과잉은 산만한 느낌마저 불러일으킨다. 정치인으로서 득일 수 없다.

선거판은 총성 없는 이미지 전쟁터다. 영국 왕 조지 6세는 말더듬이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스피치 레슨까지 받았다. 말 더듬는 연설로는 국민 마음을 움직여 2차 세계대전 승리를 독려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대권 지지율 1위 주자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민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윤 전 총장에게는 대권 주자로서 아직은 준비가 덜 된 듯한 모습들이 더러 보인다. 나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몸짓들은 속히 교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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