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미술은 훌륭하다

입력 2021-07-07 11:33:13

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지난달 시내 화랑가에서 노화가의 개인전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예술에 대한 깊은 열정과 애정이 가득한 작품 앞에서 현대미술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생각을 잠시 가져 보았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취미로 그림을 시작해 만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그의 그림 실력은 웬만한 작가 못지않았다. 아니 그림에 대한 열정과 실험정신은 프로작가 이상이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일깨워 그것과 만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오래된 기억을 되살려 내 앞에 다가선 낯선 사물을 이용해 형상을 만들고 다시 지우고 지우는 일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고는 그 일에 도달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순간순간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생명감과도 연결되는 그 무엇이다. 작업을 마친 뒤 약간의 허탈감과 실망감뿐 아니라 잔뜩 쌓였던 무엇인가를 털어내 버렸다는 안도감도 갖게 한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는 그의 말처럼 미술은 우리들의 삶속에 정신적 가치이상의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미술이 갖는 사회적‧경제적‧종교적 의미는 시대별로 다양하게 반영돼 왔다.

미술은 선사시대 벽화의 주술적 의미를 시작으로 서양문명의 뿌리에 해당하는 그리스시대에는 기술로 간주되어 경시되었으며, 중세시대에는 종교적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본주의의 부상으로 예술과 예술가의 지위가 격상되며 새로운 표현양식의 발전을 가져다 주었다.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는 국가와 사회의 이념을 지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으며, 20세기에는 '미적경험'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기를 맞으며 미술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21세기 미술은 자연의 모방과 재현, 추상적 의미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문화로서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미술은 이제 직업화가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의 다양한 정보가 함축된 시각적 기호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상층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흐름 속에서 작가의 풍부한 미적 경험과 미의식에서 발현된 다양한 조형기호들은 미술이라는 장르 속에서 새롭게 진화해 가는 것이다.

인간이 미적 목적으로 만들고 디자인한 환경 또는 결과물인 건축물, 광고, 동영상, 그래픽, 카툰 등은 오늘날 새로운 미술로 평가 받으며 발전을 이어 가고 있다. 이렇듯 미술은 기원전부터 인류사회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시대적 가치를 조형적으로 표출해 내었다. 경제적 가치보다는 인간의 순수한 마음을 담은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되어 가는 것이다. 작가 내면의 심상을 표출하는 미술은 분명 훌륭한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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