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5주년 특집] 수도권大 편입 위해 학점·토익 기본…지방대생 사이엔 "탈출하라" 조언도
지역 직장 열악한 처우에 청년 퇴사…"서울과 비교해 월급 수십만원 적어"
필기, 면접시험 한 번 보려면 한나절…교통비 아끼려 "KTX 대신 무궁화호"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이대남', '이대녀' 담론에 지방청년들은 공감할 수 없다. '청년 실업률 10% 시대', 현재 20대는 남녀 할 것 없이 역대 최악의 구직난에 내몰렸다.
여기에 '지방'까지 붙는다면 어떨까. 대한민국 20대 청년 100명 중 47명은 비수도권에 산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세히 목소리를 들어봤다.
◆스펙 쌓기 등 지역에서의 고군분투
대구경북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2학년생 전모(20) 씨는 대학 '네임밸류'를 높이기 위해 편입을 준비 중이다. 최종 목표인 취업을 이루기 위해서다. 학점·토익 공부는 기본이고, 산학협력 교류를 통한 인턴 스펙도 쌓고 있다. 사실, 소위 '인서울' 대학생들에겐 이 정도의 스펙이나 준비가 당연한 것이지만, 전 씨가 다니는 대학에서는 상위에 속한다고 말한다.
전 씨는 "학교 도서관은 시험기간인데도 많이 빈다. 방학에는 건물만 있고 사람은 없는 유령도시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할지 조언할 선배도 없고, 주변에선 공공연히 '탈출해라'는 말을 한다"며 "최종 취업을 위해 '편입'이라는 하나의 관문이 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편입은 쉽지 않다. 전 씨처럼 상위권 대학으로의 '점프'를 꿈꾸는 지역의 대학생들이 많아서다. 전 씨는 "편입을 못 하게 되면, 서울의 대학원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취업 때 출신 대학이 영향을 많이 줄 것 같다는 '불안한 확신' 때문이다.
대구에서 취업을 했지만, 열악한 처우 탓에 퇴사한 청년도 있다. 대구의 한 설계회사에 3년간 다니다 지난달 퇴사한 신모(27·여) 씨는 "직급이 있고 부서가 정해져 있어도 필요시에 여러 부서를 옮기며 일했다. 업무 분담이 무의미한 분위기였고 체계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너무 들어 고민하다 퇴사했다"고 했다.
또 "서울과 비교해 수십만원이 적은 월급으로 계속 먹고 살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이 때문에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눈길을 돌리기도 했다"며 "코로나로 회사 내에선 이미 '누가 나갈 수도 있다더라'는 소문이 자주 돌았다"고 말했다.

◆'인 서울'을 꿈꾸는 청년
황모(29) 씨는 서울 소재 제약회사에 지원해 오는 8일 최종면접을 앞두고 걱정이다. 당장 서울로 올라가야 할 교통비가 만만치 않아서다. 황 씨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받는 돈은 25만원 남짓. 황 씨는 "한번 갔다오면 교통비만 10만원이다. 돈을 아끼려 무궁화호 열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가면 육체적으로 힘들어 면접에 지장이 있을까 우려스럽다. 식비도 지출해야 해 면접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황 씨의 고민은 면접만이 아니다. 취업 관련 정보가 수도권에 집중돼서다. 황 씨는 "서울에는 제약회사별로 따로 스터디가 있고, 현직 근무자들과도 만날 기회가 많아 정보 공유가 쉽다"며 "수도권에 인프라가 쏠림으로 인해 시작 단계부터 비수도권 청년들은 어렵다"고 했다.
김모(29) 씨는 2년째 공기업 취준생이다. 필기시험과 면접을 위해 서울만 5번 넘게 오갔다. 김 씨는 "필기시험의 경우 아침에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위해서는 전날에 올라가 숙박시설에서 잠을 자야만 한다. 저렴한 모텔이라 할지라도 주말의 경우 7만원 수준이고 낯선 환경인 탓에 선잠을 자기 일쑤다"면서 "당일에 올라갈 경우 오전 5시에 일어나서 고속열차를 타야 해 신체적으로 너무 피곤했다"고 했다.
김 씨에게 지급되는 교통비는 일절 없었다. 필기시험의 경우 단 한 번도 교통비 지급을 받아본 적 없었고, 면접에서는 5만원을 받았으나 왕복 교통비를 생각하면 턱없이 모자랐다.
아예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지방 청년도 있다. 공기업 준비생 양모(30) 씨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공부를 위해 서울에서 5개월 살았다. 대구에는 관련한 수업이 없었고, 인터넷 강의보다 서울에서 실강을 듣기 위해서였다.
양 씨는 "서울 학원에선 비슷한 분야를 준비하는 수강생들끼리 스터디를 만들어 매칭시켜주고, 개인의 스펙을 검토해 서류 합격 가능성이 큰 공기업들을 추천해주는 컨설팅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울에서의 체류비였다. 양 씨의 경우 한 달에 학원비를 제외하고도 월세 55만원에 식비를 비롯한 생활비 100만원이 들었다. 양 씨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다섯 달 만에 다시 대구로 내려왔다. 양 씨는 "수도권에서 취준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지방 취준생들은 그저 부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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