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기후변화의 해결사, 블루카본

입력 2021-07-05 13:21:58 수정 2021-07-05 17:27:10

"바다가 탄소를 먹어 치운다"…온실가스 줄이는 파란 신호

푸른(blue)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해서
푸른(blue)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해서 '블루 카본(blue carbon)' 프로젝트라 불린다.이산화탄소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블루카본'이 주목받고 있다.

요즘 '탄소'가 난리다. '탄소세', '탄소중립', '탄소발자국', '탄소저감' 등 탄소를 둘러싼 이슈들로 세계가 떠들썩하다. 여기서 말하는 '탄소'는 주기율표에 나오는 화학원소 '탄소(C)'가 아니다. 이것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줄여서 부르는 것이다. 최근 이산화탄소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블루카본'이 등장하여 주목 받고 있다. 푸른(blue) 바다가 탄소를 흡수한다고 해서 '블루 카본(blue carbon)' 프로젝트라고 불린다. 블루카본이 나날이 더워지는 지구를 다시 시원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

올해 봄 호주 남부 해안가에 모래주머니를 쉴새없이 바다로 던지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모래가 담긴 생분해성 자루 5만 개를 바다에 던져 넣어서 세계적 화잿거리에 올랐다. 이 사람들은 남호주연구개발기관(SADRI)의 과학자들인데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많은 해초 군락을 복원하기 위해 호주 남부 해안의 모래 바닥에 해초 묘목이 들어간 자루를 뿌려두었다. 마치 열이 펄펄나는 아기에게 해열제를 먹이듯 바다에 모래주머니를 던져넣었다.

남호주 정부는 바다 연안에 해초 묘목이 들어가 모래주머니를 던져 해초가 자라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해양 생태계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남호주 정부는 바다 연안에 해초 묘목이 들어가 모래주머니를 던져 해초가 자라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해양 생태계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바닷가 연안에 모래주머니를 던지면 자루 속 모래에서 해초가 자라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할 것이다. 이렇게 해초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양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이 과학자들은 호주정부의 지원을 받아 '블루카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블루카본이라는 개념은 2009년에 발표된 국제연합(UN)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보고서에 처음 등장하는데, 이것은 해양 생태계에 의해 흡수되는 탄소를 가리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블루카본이란 해초, 엽습지, 맹그로브 등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다. 이에 비교되는 것으로서 '그린카본'이 있는데 이것은 땅 위의 식물이 흡수하여 저장하는 탄소를 가리키는 것이다.

땅에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듯이 바다에 모래주머니를 던져 해초 숲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블루카본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남호주 정부는 수 년 내에 10 헥타르의 해초 생태계를 복원할 계획이다. 호주 정부는 블루카본 프로젝트에 220억 원을 투자한다고 최근에 밝혔다.

◆이산화탄소, 어떻게 흡수하여 제거할까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작년 한 해에 390억톤이나 된다고 영국 엑스터대학 피에르 프리들링스타인 교수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한 이동량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4억톤이나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 배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는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과 이미 공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공기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여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과학자들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제거하기 위한 소재와 장치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숲의 풀과 나무다. 식물은 광합성을 하는데 이를 위해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고 잎에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햇빛을 받아 포도당을 합성한다. 식물의 생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많이 흡수되어 식물체에 저장되고 있다. 그런데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증가하지만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밀림은 개발로 인해 점점 더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 바다가 주목받고 있다.

블루카본이란 해초, 엽습지, 맹그로브 등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다.
블루카본이란 해초, 엽습지, 맹그로브 등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다.

◆해양생태계, 온실가스의 거대한 저장조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퍼센트를 덮고 있다. 바다는 지구 기후환경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다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지구온난화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백년동안 대기 중으로 배출된 전체 이산화탄소 양의 4분의 1을 바다가 흡수하였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료에 나와있다. 그리고 유엔(UN)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하면 육지생태계에 비해서 해양생태계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속도가 최대 50배가 빠르다.

해초는 바다면적의 약 0.2퍼센트 정도만 차지하고 있지만 바다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10퍼센트 정도를 흡수하여 저장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해초에 저장된 유기 탄소가 약 19.9기가톤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양의 탄소를 해초가 저장하고 있다. 특히 육지와 달리 바다 연안 침전물 속에는 산소 농도가 낮고 미생물에 의한 분해 속도가 느려서 축적된 탄소가 다시 공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고 장기간 저장되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 갯벌도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환경공단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10개 기관이 지난 4년간 조사한 국내 갯벌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올해 4월에 발표했다. 국내 연안습지가 매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보면 갯벌이 48만4506톤, 염습지 8313톤, 질피림 7733톤 등으로 총 50만452톤이다.

탄소발자국
탄소발자국

◆파괴되는 연안생태계의 복원

글로벌 블루카본 단체(The Blue Carbon Initiative)에 의하면 블루카본과 관련된 바닷가 연안생태계가 매년 34만~98만 헥타르 정도씩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난 50년 동안 전세계 맹그로브의 30~50퍼센트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학술지에 2019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전세계 해초 서식지는 최초 보고된 1879년에 비해서 약 29 퍼센트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 속도는 1990년대 이후 7배나 더 빨라졌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 인위적인 개발과 기후변화 등이 꼽히고 있다.

최근 호주, 브라질,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뉴질랜드, 미국,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블루카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같은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5월에 개최된 '2021 P4G' 정상회의 해양특별세션에서 40년 내에 온실가스 100만톤 이상을 블루카본으로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