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내 친구의 서점은 어디인가

입력 2021-07-05 11:42:03

박주연
박주연 '여행자의 책' 공동대표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친구네 집을 찾아 헤매는 초등학생 아마드의 이야기다. 밤을 새워 친구 숙제를 해주는 장면과 코케 마을 풍경은 오래 잊히지 않을 그림이다. 영화 속 아마드는 무척 당황하는데, 짝꿍 네마자데의 마을에 갔으나 그 누구도 네마자데를 몰랐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것만 생각할 때는 어떻게 다들 그것을 모를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다.

김승복 씨가 그런 경우였다. 누구를 만나든 "도쿄에 한국서점을 연 사람이 있대!"라는 말을 꺼냈지만 아는 이가 없었다. 나는 사람들이 아직 김승복을 모르는 데에 점점 분개했고, 직접 봐야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김승복 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해 전, 한 주간지의 기사를 통해서였다. 쿠온출판사를 만들어 한국 책을 소개해오다, 한국서점 '책거리'를 열었다는 김승복은 알자마자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이었다. 함께 갈 사람들을 모아 김승복 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원래 일요일에는 서점 문을 열지 않는데도 대구에서 갈 우리를 반기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일본어라고는 '아리가또'와 '스미마셍'밖에 모르지만 고마움과 미안함만 알아도 충분할 거라며 대구국제공항으로 갔다.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김승복이 번역한 '서점의 일생' 발췌본을 나눠 읽었다.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케이세이 1천엔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로 진보초역까지 이동했다. 우리 일행은 7명이었는데 말하자면 네마자데의 집에 가기 위해 아마드가 친구를 잔뜩 데리고 길을 나선 셈이었다. 드디어 '책거리'에 도착했을 때 김승복 씨는 70명쯤 모인 강연처럼 프리젠테이션까지 준비해 서점을 열기까지의 과정과 현재를 알려주었다. 누구를 만나도 그렇게 정성을 보일 만한 사람이었다.

오랜 친구처럼 반겨준 김승복 씨와 자연히 맥줏집으로 향했고, 이를 시작으로 일본 문학기행단의 대구 방문, 도쿄 K-BOOK 페스티벌, 다시 대구에서의 김승복 강연, 함께 떠난 흑산도 여행 등의 긴밀한 만남이 뒤를 이었다. 한국 문학을 알리라는 숙제를 누가 내준 것도 아닌데 김승복은 그 과제를 쉼 없이 해내고 있었다.

아니, 김승복은 스스로 숙제를 생산해내는 사람이었고, 그의 곁에는 밤을 새워 숙제를 함께 해주는 사사키 같은 친구들이 존재했다. 제2의 고향이 대구라는 사사키는 대구 여행을 즐기고 좋아해서 금세 정이 들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후 김승복은 시인이 되기보다 '읽는 사람'으로 남았다. 허나 내가 보기에 김승복은 이미 시인의 꿈을 이룬 듯하다. 남이 가지 않은 길 위의 삶이 이미 시적 긴장 위에 놓인 까닭이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감독이 시인임을 모르고 보더라도 이 영화가 이미 시적인 것처럼 말이다.

언제든 일본에서 한국문학 붐이 일어난다면 김승복, 그리고 '책거리'와 함께일 것이다. 2015년 7월 7일 도쿄에 문을 연 한국서점 '책거리'의 6주년 생일을 축하한다. 여섯 살짜리 서점 '책거리'가 어엿한 어른으로 자라날 때까지 지키고 사랑하는 일은 바로 우리 같은 친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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