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3’, ‘결사곡’, ‘광자매’… 다른 듯 닮은 막장의 향기
상상을 초월한다.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이 쌍둥이 설정으로 살아 돌아오고, 귀신이 등장하며 뒷목 잡는 민폐캐릭터들과 상황들이 계속 이어진다. 어찌 보면 드라마 업계의 선배들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들의 막장 본색은 과연 허용될 수 있는 것일까.
◆'쌍둥이 하우스'가 된 '펜트하우스3'
SBS '펜트하우스'는 이제 '쌍둥이 하우스'로 불린다. 벌써 쌍둥이들이 넷이나 등장했다. 시즌1 마지막에 주단태(엄기준)에 의해 사망한 심수련(이지아)은 시즌2에 알고 보니 쌍둥이인 나애교(이지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활했다. 시즌3에는 첫 회에 로건 리(박은석)가 주단태에 의해 폭사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2회에 난데없이 그의 형 알렉스(박은석)가 레게머리에 얼굴에까지 문신을 한 장면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쌍둥이 설정은 이게 끝이 아니다. 주단태의 자식들인 주석훈(김영대)과 주석경(한지현)이 애초 이란성 쌍둥이로 소개됐지만, 알고 보니 주석경은 심수련이 낳았던 쌍둥이 중 사망했다고 알려진 한 명이었다. 즉 심수련의 쌍둥이 딸은 민설아(조수민)와 주석경이었던 것.
사실 '펜트하우스'를 시즌1부터 열심히 챙겨본 시청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정체의 정체가 계속 바뀌어 드러나는' 인물들이 누가 누구의 진짜 자식인지 설명해도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단태를 중심으로한 헤라팰리스 사람들의 '콩가루' 관계도 마찬가지다.
주단태는 아내인 심수련을 버리고 바람을 피웠던 천서진(김소연)과 결혼했고, 천서진의 남편이었던 하윤철(윤종훈)은 오윤희(유진)를 한때 좋아했던 인물로 천서진과 이혼하고 오윤희와 결혼했다. 이러니 자식들의 관계도 '콩가루'다. 같은 학교를 다니지만 천서진의 딸 하은별(김현수)은 주단태의 자식들인 주석훈, 주석경과 가족이 됐다. 물론 전혀 가족 같은 느낌은 없지만. 하윤철은 자신의 친딸인 하은별을 위해 뭐든 하는 인물이면서도 오윤희의 딸 배로나를 친딸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순옥 작가는 어째서 이렇게 하나하나 써놔도 머리가 핑핑 돌 정도인 복잡한 관계를 그리게 됐을까. 아쉽게도 거기에 어떤 메시지를 위한 의도나 치밀한 설정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어떤 건 펜 나가는 대로 쓴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사실을 방증하는 건 바로 저 남발하는 '쌍둥이 설정'이다. 시즌1에서 죽인 자를 시즌2에서 살려내고 시즌3에서도 이런 쌍둥이 설정으로 되살리는 방식은 작품이 애초부터 시즌3까지의 완벽한 설계도를 갖고 써지지 않았다는 걸 말해준다.
당연히 뒤로 가면 갈수록 얼기설기 덧대진 스토리가 개연성을 파괴한다. 시즌1만 해도 '마라맛'이라고 치부하며 봤던 드라마가 갈수록 '막장본색'을 드러내게 된 이유다. 이럴 거면 굳이 시즌2, 시즌3까지 이어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결국 이런 무리수의 밑에서 어른거리는 건 시청률의 그림자다. 시청률에 경도된 드라마가 얼마나 막장으로 치달을 수 있는가를 '펜트하우스3'는 그 너덜너덜해진 개연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2', 불륜 미화에 패륜까지
임성한 작가의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역시 시즌2로 돌아오면서 훨씬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시즌1은 한 마디로 말하면 '내로남불'의 이야기를 그렸다. 앞부분에서 아내의 입장으로 불륜을 다루며, 그것이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 일이고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인가로 시작한 드라마는, 중반을 넘기며 갑자기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더니 남편의 입장을 통해 불륜을 마치 로맨스처럼 담아내는 과감함을 선보였다.
시즌2는 그 '내로남불'의 연장선이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는 자극적인 설정들이 등장한다. 시즌1에서 나이 많은 남편이 심장마비를 일으킨 걸 방치함으로써 죽게 만들었던 김동미(김보연)는 결혼을 할 때부터 남편보다 그 아들인 신유신(이태곤)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남편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아들 역시 누나처럼 대하는 새엄마지만 그래도 아들인 신유신을 남자로서 욕망하는 김동미의 이야기는 불륜을 넘은 패륜에 가깝다.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키스까지 하려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죽은 남편이 귀신이 되어 김동미를 따라다니고, 김동미가 아들에게 키스하려 하자 아들의 몸에 빙의되는 장면은 '역시 임성한'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무속을 좋아하고 파격적인 장면들에 머뭇거림이 없는 면모가 그렇다.

'결혼작사 이혼작곡2'는 자극적인 장면들을 넣기 위한 '상상 신(scene)' 활용 또한 선보인다. 즉 아버지의 내연녀가 유명한 뮤지컬배우라는 걸 알게 된 딸이 그에게 비수 같은 말들을 쏟아내는 장면은 전형적인 '막장'의 한 장면이지만, 그건 금세 딸의 상상이었다고 처리되는 식이다.
이런 '상상 신'은 막장 상황을 상상이었다는 식으로 마음껏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훨씬 자극적이다. 게다가 이런 자극적인 장면들은 여지없이 예고편으로 편집되어 시청자들을 낚는 떡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필명을 '피비'로 바꿨고 드라마의 분위기도 차분한 듯 보이지만 '결혼작사 이혼작곡2'는 예상대로 임성한 작가의 본색으로 돌아가고 있다.
◆'오케이 광자매', 욕하면서 보는 주말드라마의 탄생
한편 문영남 작가의 KBS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는 갈수록 이른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사고로 죽은 엄마를 아버지가 죽였다고 의심하는 딸들의 이야기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그 딸들이 저마다 결혼에 실패하고 이혼하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첫째 딸은 남편이 혼외자식을 갖게 되면서 이혼을 하게 됐고, 둘째 딸은 거의 결혼사기에 가깝게 하게 된 결혼신고 때문에 놔주지 않는 시댁 식구들로 고통 받다 결국 합의금조로 남자친구가 돈을 내줌으로써 이혼하게 됐다. 셋째 딸은 미혼이지만, 결혼으로 한몫 잡으려는 철없는 행동으로 가족들을 힘겹게 만든다.

그나마 가족의 단란함을 보고 싶은 고정 시청자들을 가진 드라마지만 너무나 많은 민폐 캐릭터들을 쏟아내고, 이야기도 뒷목 잡는 상황들을 계속 이어가다 보니 이제 고정 시청자들도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다소 무리한 설정들도 등장했다.
첫째 딸과 이혼한 배변호(최대철)와 결혼한 마리아(하재숙)가 신혼여행을 가서 어이없이 심장마비로 죽어버리는 이야기로 하차한 건 그래서 시청자들의 논란을 낳기도 했다. 또 부모 간의 얽힌 문제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려는 셋째 딸 광남(홍은희)을 찾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한예슬(김경남)의 이야기도 너무 과한 설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실 '펜트하우스'를 쓴 김순옥 작가나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임성한 작가 그리고 '오케이 광자매'의 문영남 작가는 드라마 작가들로서는 선배들에 해당되는 작가들이다. 그만큼 많은 작품을 써왔고, 그 누구보다 드라마 업계의 현실을 잘 아는 작가들이라는 것.

그런데 이들이 쓰고 있는 작품들이 가진 문제들은 과연 선배 드라마 작가로서 허용될 만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개연성을 파괴하는 작법이나, 패륜적 소재를 15세 드라마에 다루는 무리함 그리고 너무 시대착오적인 뻔한 옛 문법을 반복하는 일은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같은 업계의 작가들에게도 불편함을 주는 일이 아닐까.
개연성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고민하는 작가들이 있고, 자극만이 아닌 주제의식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도 있으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법을 찾아내는 작가들도 있다. 이런 후배작가들 앞에서 '막장본색'을 다시금 드러내는 일은 선배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개연성과 완성도 같은 기본에 대한 노력만큼은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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