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른여섯 살짜리 리더십

입력 2021-07-05 11:40:14 수정 2021-07-06 13:40:53

강미아 안동대 환경공학과 교수

강미아 안동대 환경공학과 교수
강미아 안동대 환경공학과 교수

36세. 누가 이 인생을 짧다고 할 수 있나. 마음먹으면 대학 가는 게 어렵지 않은 작금의 실태를 기준으로 하면 대학 졸업 후 10여년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왔을 시간들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할 뿐만 아니라 세대가 달라진다.

23세부터 임금노동자였던 필자는 36세를 지나 40세가 될 때면 내 분야에서는 1인자가 될 정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했었고 그 만큼 미래를 기대했었다.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 간의 노력은 개인의 발전을 이끌게 했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번영에 소용이 되는 일들을 하게 하는데 30년이 흘렀다. 분야마다 다르겠으나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필자와 같은 세월을 요구하는 것은 성장의 기울기를 무시하는 발상이라 생각한다. 세월의 셈법이 달라졌음을 인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오늘날의 2030은 몸과 마음이 모두 바쁘다. 선택과 관계없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진 것이 그들을 힘들게 하지만 또 무한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자양분 기능을 겸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공부해도, 일해도, 놀아도 온전히 행복하지 않다. 그런데도 보통의 586인 필자는 오늘날의 20대가 안쓰럽기도 하면서 솔직히 부럽기도 하다. 2000년쯤 태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다시 태어난다 해도 y절편(자신을 둘러싼 환경)이야 선택할 수 없겠지만 자유와 자율 속에서 성장 기울기는 더 세울 수 있을 것 같은 이치에서다. 대학 4년생이면 취업원서를 준비하는데 그 조건이 대놓고 "군필남"이었던 것을 떠올리니 실소가 난다, 지금은.

필자가 연구한 리더들의 리더십 행동특징을 보면 평상시의 구성원들은 인간적인 면과 성과적인 면의 양면을 모두 탁월하게 수행하는 리더십행동을 리더에게 갈구한다. 리더의 인간적인 면은 구성원 개개인의 요구사항과 관계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는 친절, 경청, 수렴 등의 행동도 포함된다. 성과적인 면은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행동으로 조직의 형태, 규모 등에 따라 차이가 있더라도 궁극적으로 조직이 지속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서른여섯살짜리 제1야당의 대표가 이루어야 하는 성과는 정권창출이다. 몇 살짜리인지가 왜 중요한가.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굳이 '짜리' 라고 붙여 폄하하는 이들을 보며 그들이야말로 엘리트일지는 몰라도 리더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조직에서 선택된 대표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여 목표달성을 하고자 할 때 구성원들은 대표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어디 잘하나 보자 하고 팔짱을 끼지 말아야한다. 적어도 필사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시기에는. 그것도 대표가 젊다는 이유로 상상만의 불안감을 조장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혹 대표에 대한 이러한 적법한 훼손들이 정치공학적으로 유리한 것일지 모르겠으나 일반 국민인 필자는 납득하기 어려운 꼰대 짓들로 보인다.

36세 새 대표는 영민하다. 솔직하다. 그리고 10년 전 그와는 다르고 앞으로의 변화도 당연하겠다. 대표가 되고 바뀌었다고 하는데 그 또한 당연하다. 역할에 몰입해야 하지 않은가. 사람의 본성은 그리 변하는 성질이 아니니 달라진 역할에 그가 준비해왔던 모든 것들을 쏟아낼 수 있도록 진짜 대표로 만들 구성원들의 진정한 펠로어십과 팔로어십이 절실하다. 대표는 이 또한 잘 얻어내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동참할 수 있는 자신의 강점으로. 이미 그는 구성원들이 그를 신뢰하고 지지하게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지 아니한가.

나는 그의 솔직함이 좋다 그래서 믿고 기대를 한다. 대표가 되기 전에는 자신이 말을 하면 중간에 자꾸 자르니까 말을 빨리하였다라는 취지의 인터뷰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에서 저보다 못하다 싶으면 상대를 맘대로 깍아 내리는 경향이 있다. 본인이 대표가 되고나니 사람들이 기다려주어 차분하게 말을 할 수 있다라고 했던 것 같다. 필자도 귀가 편해졌다.

준스톤, 10년간 업으로써 정치활동을 해 왔는데, 먹고 사는 것은 어떻게 하는지, 알바를 하지 않아도 해결되는 지... 20살 이후로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는 필자의 과거도, 밤새 알바하느라 정작 강의시간에 꾸벅 조는 나의 제자들이 눈에 밟히기도 해서. 이런 소소한 것이 몹시 궁금하다. 36세 리더의 리더십행동에서 미래를 기대하고 싶은 마음에서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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