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껍데기만 남은 미래교육의 현주소

입력 2021-06-19 06:30:00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 박제원 지음 / EBS BOOKS 펴냄

코로나19 장기화로 학력 격차 심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매일신문 DB
코로나19 장기화로 학력 격차 심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매일신문 DB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학교 현장에선 학력 저하, 학력 격차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초·중·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고 특히 중위권이 무너지면서 상위권과 하위권 양극단의 격차가 더욱 벌어져 수업 방식마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됐다. 현직 교사로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환상과 미신에 사로잡혀 있는 미래교육을 객관적, 실증적으로 비판한다. 코로나가 학교 교육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불러오자 수면 아래 있었던 미래교육의 허상이 드러났다며 이를 계기로 더 늦기 전에 교육의 본질로 돌아갈 것을 호소한다.

저자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4차 산업혁명 포고와 함께 '지식'과 '학력'의 자리를 '역량'으로 대체해 학교와 교사, 학생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사실적, 개념적 지식인 '무엇(What)'을 아는지 먼저 묻지 않고, 절차적 지식인 '어떻게(How)' 해내야 하는지 가르치고 배우라고 강조해왔다는 것이다. '미래교육'이라고 불리는 이런 철학과 지침은 자연스럽게 '지식'과 '역량'의 양분과 대립을 불러왔고,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논쟁을 일으켰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지식의 바탕이 되는 사실이나 개념, 원리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교육은 낡은 방식으로 치부됐고, '검색'과 '체험', '공감'과 '협력'만을 맹신하는 풍조가 생겨났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는 지식 교육은 다소 소홀하더라도 역량만 잘 길러주면 된다는 믿음이 팽배해 있다는 게 저자의 얘기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뇌과학, 인지심리학 등 제반 학문을 융합한 학습과학 원리에 비춰보면 환상과 미신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기억 교육을 무조건 반교육적 주입식 교육으로 왜곡하는 일은 어리석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교육은 궁극적으로 지식을 얻고 삶에 전이하도록 돕는 일이다. 지식을 폄하하고 역량만 추종하는 교육은 반쪽짜리에 불과하고, 자칫 역량마저 제대로 교육하지 못해 둘 다 놓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지식을 쌓고 기억을 활성화시키는 교육이야말로 역량 향상의 초석이 되고 인류 진화와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핵심역량'으로 불리는 '4C(비판적 사고, 창의력, 의사소통, 협력)' 교육에 대해서도 해박한 학습과학 지식과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300쪽, 1만6천원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표지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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